‘촌지’ 풍토를 바로 잡으려면….

제 목
‘촌지’ 풍토를 바로 잡으려면….
작성일
2000-04-27
작성자

해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급 담임을 서로 하려고 교사들
간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교사들이 담임을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으나
어떤 교사는 교육자로서 양심을 버리고 학부모가 건네는 ‘촌지’를 바라고 담임하
기를 원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중·고등학교에서는 주로 졸업반을 맡으려 하
고,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반을 맡으려고 한다. 게다가 교장·교감까지 이 일에
함께 끼어, 뇌물인 ‘촌지’를 분배하는가 하면, 학부모 모임을 통해 음성적으로
엄청난 돈을 걷기도 한다.

교사에 따라서 점심 한 끼쯤은 괜찮다고 하며, 구두 티켓정도야 선물이 아니겠
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작은 선물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던 교사도 시간이 좀더 흐
르면 단위가 점점 커져 현금 백만 원도 자기가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잊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든 박봉에 허덕이느니 선물이라느니 하며 ‘돈봉투’를 당연
한 듯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교사보다 더 어렵게 사는 사람도 많
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교사 중에는 할 수 없이 돈을 받았지만, 자기를 위해 쓰
지 않고 좋은 일에 썼다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역시 도덕적으로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 사회에서 비리로 수 억씩 챙긴다고 해서 교사 자신
이 저지른 부정을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아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교사가 학생들
몰래 저지른, 이 비도덕적인 행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모든 비리의 근원이라
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교사가 돈을 요구해서는 안 되며, 달라고 해도 부모들이 주어서는 안
된다. 교사는 돈을 받았으면 무조건 돌려 주어야 한다. 돈을 건넨 부모들을 부끄
럽게 하여 사회 풍토를 고쳐 나가야 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고칠 것
은 고쳐야지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촌지’ 풍토를 바로 잡으려면
첫째, 학부모가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 준다. 부모가 비리를 알면
서도 신고하지 않는 것은 그 집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 싶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생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해야 한다. 또 그 교사(교
장)를 징계하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학생이 다른 곳으로 쉽게 전학할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둘째, 법을 아주 엄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때는 학교에서 몸을 사리느라고 금품
을 건네줘도 안 받았으나, 지금은 다시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학교
발전 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단체 기부금을 걷어 쓴다고 한다. 한때 부산 교육청
이 했던 것처럼 상설 신고 센터를 마련하여 금품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하는 대
로 자체적으로 교사(교장)를 중징계하면 효과가 빠를 것이다. 더 좋은 것은 ‘내
부자 고발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구조적인 비리를 내부자가 고발하였을 때, 조
직과 사회를 맑고 건전하게 하는 내부 고발자를 법으로 보호해 주고 포상해야 한
다.

셋째, 언론에서도 연중 감시해야 한다. 교직에 대한 사회적 신뢰 때문인지 또
는 집에 학생 없는 집이 없는 탓인지 언론에서 교사(학교) 개개인의 문제를 비교
적 관대하게 다루는 편이다. 사회악을 뿌리 뽑는다는 차원에서 언론에서는 철저
히 감시하고 보도하여, 정도가 심한 사람은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

넷째, 선물하는 기준을 선진국처럼 법으로 정한다. 교사를 포함하여 공직 사회
선물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부패방지법’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지금 같
은 경우라면 2만 원쯤이면 되고, 그 이상이면 관청에 서면으로 신고하게 한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형사적으로 고발하여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모두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