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에 관한 짧은 이야기 – 김형수
이름 : 김형수 ( ratsh-blue@hanmail.net) 날짜 : 2002-05-20 오전 12:29:38 조회 : 207
체벌에 관한 짧은 이야기
헌법 밖의 인간 ‘학생’을 위하여
김형수 기자 ratsh-blue@hanmail.net
지난 스승의날, 저는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쓰면서 한가지 결심을 해야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선생님께 불만이 있었던 점을 그 편지에 쓰려고 했었기 때문입니다. 학기초,1학년 때도 친분이 있었던 선생님이 담임이 되었다는 말에 저는 무척 기뻤습니다. 거기다가 선생님은 제가 좋아하는 과목인 세계지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저는 그 전해의 만족스럽지 못했던 담임선생님을 생각하며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그분과 하루하루 생활하다보니 점점 불만스러운 점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분은 학생의 지도를 체벌에 많이 의존하는 듯 하였습니다. 아침자습 시간마다 지각한 친구들이 맞는 소리에 저는 가슴이 아프고 기분이 상당히 나빴습니다.
그 이후 선생님은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에게 “매를 덜 맞아서 그래”라는 말을 하는 등 자꾸 제가 바라는 선생님 상에서 멀어져만 갔습니다.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릴까도 했지만 선생님 앞에서는 자꾸 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의 비겁함을 탓하며 속을 삭이고 있던 어느날 스승의날 선물 편지에 그런 의견을 쓰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고민하다가 썼습니다. 최대한 예의바르게 썼습니다. 저의 체벌에 대한 증오를 반영했다면 상당히 과격한 어투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고 저의 비겁함 때문에 예의바른 문체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선생님은 지각한 아이들을 때리지 않으십니다. 3일동안 직접적 체벌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가벼운 신체적 접촉은 선생님 성격상 조금 이루어졌지만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신 듯한 모습이였습니다. 저는 일단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한번 체벌하는 모습이 보이시면 다시 한번 편지를 드릴 예정입니다.
체벌과’교육적’이라는 단어는 절대로 결합될 순 없습니다. 미봉책일 뿐이지요.
어느날 저는 이런 일을 보았습니다.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쓰다 빼앗길 위기에 처한 학생에게 “뺏기기보다는 차라리 맞어”라는 배려의 말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많이 있었던 일이지만 웬지 더욱 가슴이 아프더군요. 체벌은 책임감을 말살시키고 인간을 타율에 의해 움직이게하는 무서운 것입니다.
부디 선생님들,사랑하는 제자라면 그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들, 어릴때부터 아무리 약하더라도 체벌을 받기 시작한 아이는 계속 내성이 생기고 나중의 고등학교가 되면 웬만한 체벌도 잘 맞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시기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참으시도 매를 들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부모님들 “매를 들어서라도 저희아이 사람만들어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분들이 계신데 자녀가 맞게되면 그때부터 자녀분은 헌법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학생’이 됩니다. 체벌은 인간되는 길이 아니라 인간이 아니게 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마지막으로 학생분들 체벌을 받으셨을 때나 친구분이 체벌을 받으실 때 신체적 고통에서 따르는 감정 때문이 아닌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시고 그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작은 노력이라도 해주세요.
학생이 뭉칠때 체벌은 없어집니다.
페미니스트분들은 여성이 마지막 ‘식민지’라고 하시는데 저는 한국의 학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회 모두가 학생들을 똑같은 ‘인간’으로 대접해 주신다면 체벌은 빨리 없어질 수 있을 것 입니다. 우리 모두 체벌이라는 단어가 역사책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노력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많은 친구들은 내년이면 해방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진짜 해방이 될 때까지 체벌과 싸울 것입니다.
2002/05/18 오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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