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님 보서요….
김대중 대통령님 보서요…
요즈음 김대중 대통령이 하는 일을 보면 답답한 구석이 많습니다. 대통령 자신도 요
즈음 웃을 일이 없었다고 하니 많이 지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엠에프가 터지
던 시기에 대통령이 되어 국가 부도를 막느라고 이리저리 바빴으니 기운이 빠질 만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까운 사람에 둘러 싸여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
다. 국내 정세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이 장외 집회 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국민 절반을 대표하는 정당이 저렇게 난리
를 치는데도,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라고 하면서 국회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
나라당이 아무런 대안도 없이 국회로 들어갈까요?
야당 소속 국회의원이 전체 절반이 안 되던 과거에, 야당 당수였던 김대통령도 장외
집회를 자주 열었습니다. 국회에서 해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한나라당도 그
때처럼 자기네 숫자가 지금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국회 밖으로 뛰쳐나와 국민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칼자루를 쥔 김대통령이 먼저 실마리를 풀어야 합니다.
한나라당 이회창씨가 대권욕에 눈이 멀었다고요? 아니, 그럼 김대통령은 야당 시절
에 자원 봉사자로 장외 집회를 주도했나요? 민주 사회 어느 당이든지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만약 이회창씨가 지금 하는 정치 행보가 틀렸다면 그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지 못합니다. 민심을 아는 당원이 후보로 내세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회창씨는 목숨 걸고 장외 집회를 엽니다…. 실질
적인 결과를 얻을 때까지 내가 옳다, 우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악착같
이 더 떠들고 다닐 것입니다…
지금 김대통령은 정치 체제가 아주 다른 북한과 이야기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이 “당에서
먹여주고, 김정일 위원장이 키워줬시요.”라고 해도 남한 국민들이 받아들이고 있습니
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치로 김대통령이 “통큰” 정치를 하려면, 설령 한나라당이 말 같지 않은 소리
를 한다해도 국민 절반을 대표하는 정당에서 하는 소리니,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고
보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나라당을 아예 생판 모르는 남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북한에 이것저것 보내주듯이,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알아보고
그 요구의 80%, 아니 51%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고 들어가라는 소리이지요. 지는 것
이 이기는 것이니까요.
아울러 한나라당의 실수를 크게 키워 자꾸 들추어내려 하지 말고, 오히려 다독거리
고 감싸주어야 합니다. 물론 여당 실수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박지원 아니라
박지원 할아버지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합니다. 별 것 아닌 것이라고 지레 짐
작하지 말고 드러내십시오. 나중에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떠든 사람이 미안하게 말이
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영수회담 백 날 해보았자 소용이 없습니다. 만나보았자 아무
런 원칙이 없이 합의한 것이라, 상황이 바뀌면 금방 또 뒤집어집니다….. 그러면 더
큰 배신감만 남지요..
그리고 모든 일을 야당과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조급하기는 할 것입니다. 남은
기간도 얼마 안 되는데 무슨 일이든 많이 해 놓고 넘겨주고 싶겠지요. 역사에 남을 만
한 큰 일도 하고 싶고요…. 그러나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욕심을 부리니까 일을 많
이 하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태우씨가 바보 같아도 남북 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교환해 놓았고, 김영
삼씨가 등신 같아도 정상회담에 관한 합의를 해놓았기 때문에, 김대통령이 김정일 위
원장을 만났지요. 그러니 김대통령이 어지간하게만 해놓으면 다음 대통령이 그 뒤를
이어서 잘 할 수 있습니다. 김대통령이 앞으로 수십 년 할 일을 다 해놓지 않아도 될
만큼, 이제는 국민들이 똑똑해져 역사를 거스르는 일을 앞으로는 하지 않을 겁니다.
설령 바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국민들이 정부를 계속 감시하여 나라를 발전
시킬 것이기 때문이지요.
김대통령은 자민련과 결별하세요. 그 당과 손을 잡고 일하는 것이야말로 정치 정도
가 아닙니다. 더 큰 정당인 한나라당과 일을 꾀하지 않으니,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판
을 치는 것입니다. 김영삼씨가 정치를 재개한다고요? 좀 있으면 전두환, 노태우씨도
다 나오겠네요?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정도를 걷지 않고 틈을 보이니까, 그 사
람들이 나도 다시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민국당인가요? 흘러간 물들
이 모여 만든 정당….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하지요… 흘러간 물들이 다
시 나서겠다는 것은 새물이 활발하게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과 이회창씨가 얄밉기로 치면 쥐도새도 모르게 아주 죽여버리고 싶겠지요?
그것은 박정희, 전두환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김대통령도 몇 번씩이나 죽을
뻔했지요. 민주 투사였던 김대통령이 그런 방법을 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
런 방식이 통하는 세상도 아닙니다….. 그 잔인했던 옛날을 생각해서라도 이회창씨
요구를 들어줘서 민생 현안을 꾸려 나가야 합니다. 지금 같은 정국은 국민을 위한다
는 이름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입니다.
김영삼씨 달래려고 감방에 갇힌 아들 풀어주고, 영남 보수층을 꼬시려고 많은 국민들
이 반대하는데도 박정희 기념관을 세우려고 합니다. 에이, 정치 정도를 걸어야 그야말
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지요…. 자꾸 그런 꼼수를 두면 김대통령을 지지하던 사
람이 더 환장하지요…. 뜨거운 사랑이 바뀌면 미움이 더 깊어지듯이요…
요약
1. 야당이 여당과 아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라.
2. 무슨 일이든 야당과 상의해서 조금씩 해나가라.
3. 정치 정도를 걸어 기회주의자가 나서지 않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