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것이 정상이지요…
언론에서는 어떤 비리를 모두 묶어 “게이트”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게이트가 한두 개가 아니어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누가 누구와 만나 뭐를 어떻
게 했다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졌는데, 용왕님 부
탁으로 토끼 간을 가지러 육지에 갔다가, 거북이를 만나 달리기 시합을 했고, 왕
자님이 키스를 하는 바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는 이야기처럼, 정리가 안 되
어 아주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이 온통 썩었구나 싶네요.
따지고 보면 그런 비리가 어디 요즘에만 있었겠습니까? 오히려 주먹구구식으로
살던 옛날이 더 하면 더 했지, 오늘보다 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더구나 우리
는 “저 놈 사상이 의심스러워”라고 던지는 한 마디에도 목숨이 오락가락하던 세
상에서도 살았어요. 그렇게 멀쩡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어떻게 당했는지 다른 사
람들은 제대로 알지 못했지요. “수지김 사건”을 보세요. 심지어 국가 기관이 나
서서 살인자를 우수 벤처 기업인으로 키웠습니다. 죽은 사람은 무참히 죽은 것만
도 억울한데, 간첩이라는 누명을 써야했습니다. 그리고 그 집안은 아주 몽땅 망
가졌지요.
그래도 세상을 너무 나쁘게 보거나 너무 차갑게 보지 마십시오. 이런 혼란은 자
주 정상적인 것이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인데요. 제 동생이
교통 사고로 머리를 다쳤는데, 뇌수술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하루종일 병실에서
몸부림을 치고 미쳐 날뛰었습니다. 그런 행동을 말리는 가족들의 고통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구요. 그러다 나중에 의사가 와서 진정제를 놓으면
환자가 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환자가 잠에서 깨어 다시 날뛸 때, 우리 가족들은 담당 의사에게 쫓아
가 진정제를 빨리 놔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그 의사는 환자가 미쳐 날
뛰어야 환자에게 좋다고 하는 겁니다. 사고 때문에 제 자리에서 벗어난 뇌가 몸
을 마구 움직여야 제 자리를 잡는다는 거지요. 진정제를 놓으면 뇌가 제 자리에
서 벗어난 채 자리를 잡기 때문에 오히려 그때는 정말 큰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담당 의사 말대로 미쳐 날뛰는 정도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더니, 나
중에 환자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알아보더군요.
각종 게이트는 건전한 사회의 상식에서 아주 동떨어진 짓들이었지요. 그것이 바
로 잡혀 제 자리를 잡으려고 이처럼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겁니다. 우리 사회가
많이 시끄럽다는 것은 제 동생처럼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려고 열심히 몸부림치
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리가 드러난다, 갈등이 불거진다는 것은 그만큼 옛날보
다 더 맑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니 우리 서민들이 원하는 만큼 민
주주의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도 우리가 조금씩 민주주의를 실천
하고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