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방식으로는 대처하지 못한다

제 목
낡은 방식으로는 대처하지 못한다
작성일
2002-04-21
작성자

‘모라토리엄’, 일명 ‘아이엠에프 사태’가 벌어지던 때, 우리 나라 사람이 느낀
충격이 아주 컸지요. 그런데도 그런 폭풍이 왜 우리에게 닥쳤는지 아직까지도 깊
이 생각하지 않는 분이 많습니다. 간단하게 그저 그 당시 대통령이 너무 무능했
다고만 믿더군요. 물론 어떤 한 가지로 복잡한 상황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지
요.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한국인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
여, 빠른 변화에 대처할 준비를 아주 소홀히 했다’를 가장 큰 이유로 칩니다.

지난 3월 19일 교육부에서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공교육이
너무 부실해 우리 나라가 변하는 세상에 대처하기가 어려우므로, 어떻게 해서든
공교육을 살려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실화 방안에 들어 있는 ‘보충수업 부
활, 체벌 허용, 학원 야간 수강 금지’ 같은 것이 공교육을 내실화하는 것과 무
슨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보충수업은 글자 그대로 어떤 학생에게 모자란다고 확인된 것을 채워주는 수업
이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대학에 진학시킬 목적으로 많은 학생들을 획일적으로,
그것도 강제로 공부하게 하는 것은 보충수업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공교육이 더
욱 황폐해진다는 사실을 지난 세월 충분히 겪어 왔습니다.

체벌도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 좋
은 것이라고 확인되었으면 어떻게 해야 교사가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지를 고민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하면 돈을 들이고, 열정이 있어야 하면 열정을
불러일으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때려서라도 학생들을 가르치라는 것은 정부
가 요즘 학생들을 너무 모르고 있으며, 변하는 세상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야간 학원을 단속하자는 방안도 정부가 행정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으
며, 행정력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려는 방식입니다. 공교육이 제대로 굴러가기만
하면 학원은 공교육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학원이 잘만 운
영되면 공교육이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학원에서 채워줄 수 있습니다. 더
구나 지금처럼 학교가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심야
강좌를 단속하면 학생들이 불법과 편법을 배울지도 모릅니다.

‘특성화, 다양화, 다원화’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특징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어른들은 학생들이 미래를 창의적으로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낡은 제도를 바꾸고 돈을 많이 들
여 교육에 좀더 투자해야 합니다. 정부가 돈 들이지 않고 또다시 입만으로 적당
히 현실에 대처하려고 하다가는 어느 날 아이엠에프 사태가 또다시 닥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