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탓할 때는 지났다
사람을 탓할 때는 지났다
어떤 분이 침을 튀겨가며 목소리를 높이시더군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썩었
다. 말하자면 내내 그놈이 그놈이라는 겁니다. 그 분은 50년만에 정권이 바뀌었
다고 하니까, 그 전에 있었던 비리와 모순이 한 순간 바로 잡힐 줄 알았던 모양
입니다. 그러다 똑같은 비리가 반복되니까 믿었던 그 사람들이 밉고, 순진했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은 적이 있습니
까? 박정희 대통령 아들은 지금도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삽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처음부터 대통령 피붙이라면 그런 유혹에 빠져, 그런 짓을 저지를 가능성
이 크다고 보았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이 문제는 대통령 피붙이들에게 제발 자제
해 달라고 부탁할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
지 못하도록 제도와 여건을 정비하고, 국민과 언론이 내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이 비슷한 유형으로 사고를 일으
키면, 곧바로 청소년 전문가가 모여 특별위원회를 조직한다는군요. 요즘 우리 청
소년들이 왜 그런 사고를 일으키는지 원인을 찾아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
록 대처하려는 것이지요. 즉, 선진국은 그 문제를 청소년 각자가 지닌 성향 때문
에 발생한 것으로 보지 않고, 그 사회 구성원이 함께 풀어 나가야 할 ‘사회 문
제’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놈이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
며, 문제의 본질을 그 사람 한 사람에게 떠미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입
구에 있는 노란색 중앙선을 끊어 놓으려 하지 않고, 그 아파트에 드나들 때 노란
색 중앙선을 넘어 다닐 수밖에 없는 운전자의 준법성을 탓하는 식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도 이제부터 비리와 불법에 “근본적으로” 대처하려면 사람보다는
환경과 제도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가령, ‘가’ 학교 아이가 괴로워하는 문제
나, ‘나’ 학교 아이가 고민하는 문제가 비슷하다면, 그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과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또는 ‘요즘 교장이 문
제야, 요즘 정치인이 문제야’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으면
왜 꼭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무슨 문제든 어떤 사람이 지녀야 할 도덕성에만 매달리지 말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정착시켜야 할 ‘제도 문제’로 받아들이자는 말이지요. 오늘날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제도와 여건을 정비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앉는 사람
마다 그런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