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43. 당신은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습니까?
문제. 우리집 큰 아이가 “저는 구두닦이가 되고 싶어요.”하며 사회적 인식도 낮
고 보수도 형편없는 직업을 대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미친 놈! 정신 나간 소리하고 있네.
② 하필 왜 그거야?
③ 왜 그런 생각을 했어?
④ 네 마음대로 해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대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고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집 아이들에게 건축 막노동 같은 육체 노동이나 단순 노동
을 시켜라, 더럽고 위험한 직업을 선택해라 하고 권하면 아마도 펄쩍 뛸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 다 알면서도 뻔한 거짓말로 위안을 삼거나 위로를 하고 사
는 셈입니다. 그래서 속으로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높은 지위, 고급스러운
직업 등을 선택하게 하려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려고 합니
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대학에 가지 않거나, 실업계 학생들은 늘 패배자로
취급됩니다. 과거에는 머리 좋은 학생들이 갔던 실업계 학교를 지금은 성적이 처
지는 학생을 보내는 곳쯤으로 여깁니다. 어른들이 실업계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로한다는 말도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대학에 갈 수 있다.”입니다. 그러나 사
실 실업계 학생은 인문계 학생이 따라오지 못할 재능을 키워 실업계 학생다운 몫
을 해야 합니다.
다행히 세상이 무척 빠르게 바뀌면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대
기업체 부회장을 하다가 전문 웨이터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우리 국민이 바깥 세상일에 눈
을 돌리면서, 대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이 직장을 그만 두고 구두를 닦으며 살아
도 별다른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성숙하였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으며,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선진국에서
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우리는 오늘날에서야 깨달은 셈입니다. 세계적으
로 가업 승계 의식이 무척 강한 일본 사람들조차 지금은 새로운 업종, 즉 자기
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려고 한다니 이런 유행이 일시적인 것은 아닙니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21세기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고 설명
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직업이 훨씬 다양해지면서 한 사람이 한 가지 재주만
뛰어나도 잘 살게 된다는 것이지요. 모두가 최고를 추구하던 과거에는 성공한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패배자였지만, 사람들마다 하고 싶은 것이 각각 다
른 미래에는 모든 사람이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소질에 상관없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부모님이 살
아온 20세기 삶의 방식이지, 결코 21세기 아이들 인생은 될 수가 없습니다. 혹시
나 부모님이 하고 싶었던 꿈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십
시오.
그리고 부모님들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시든지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
식들 앞에서 당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크도록 뒷바라
지하시면서, 우리 아이에게 무슨 재주가 있는가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그래도 아
이 재주가 안 보이면 담임 선생님께 여쭤 보세요.
답. ③ (대부분 부모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말하기 쉽습니다. 어떤 것이든 아이가
그렇게 결정한 과정을 일단 들어봅시다. 부모 생각을 이야기할 기회는 나중에 얼마든
지 있습니다. 더구나 아이들 꿈이란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변합니다. 지레 흥분할 일
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