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새로 열심히 살기
지난 1월 6일부터 열흘 간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역사학자, 연구원을 안내인으
?로 삼아 모두 27명이 모였습니다. 중고교생도 참가하고 대학생, 가정주부, 교
?사, 자영업자, 시민단체 회원까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였습니다. 여행 목적이
?대한민국 임시 정부 노정을 따라가는 것이라서, 상해 임시정부 청사에서 출발하
?여 중경 임시정부 청사에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
? 중국 여행 내내 철새와 텃새가 떠올랐습니다. 철새는 쾌적한 생활 여건을 찾
?아 떠돌아다니는 새입니다. 텃새는 한 장소에 머물며 생활 여건에 자신을 맞추
?며 사는 새이지요. 사는 방식이 다른 것이므로,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습니
?다. 그러나 사람을 ‘철새’에 비유하면 ‘이익을 좇아 소신을 버리는 사람’이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
? 김구는 40대 초반에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합니다. 그러나 행정, 입법
?의 중책을 맡지 못하고 경무국장이 됩니다. 김구가 국내에서 동학 접주로, 교육
?자로 활동하였지만 임시정부에는 김구보다 더 쟁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국내
?외에서 상해 임시정부에 거는 관심과 기대가 컸으므로 거물이 많이 참여했지
?요. 임시정부 살림도 이때는 아주 어렵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흘러 일제의 감시와 탄압이 점점 심해지면서 조선 사람들
?의 독립 의욕과 열정이 점점 절망으로 바뀝니다. 예컨대 민족지도자에 이름을
?올렸던 최남선은 변절하여 일본에 협력하고 철새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임시정부에도 쓸 만하거나, 명망이 있는 사람이 줄어들고, 살림도 점점 궁색해
?집니다.
?
? 결국 중경에서 마지막 임시정부를 꾸릴 즈음엔 김구가 임시정부를 대표합니
?다. 그때쯤에 김구 같은 열정적인 지도자가 없었을 겁니다. 어쩌면 이런저런 사
?람이 대부분 떨어져 나간 자리를 김구만 남아 지킨 것이지 모릅니다. 임시정부
?에 같이 있던 철새는 날아가고, 수많은 텃새가 죽어갈 때 남은 텃새가 비바람
?을 맞으며 임시정부를 지킨 셈이지요.
?
? 1940년대는 일본이 한국을 집어 삼킨 지 수십 년이 지났을 때입니다. 독립하리
?라는 희망은 옅어지고 조선인들은 자기 한 몸 지키기에 바쁩니다. 임시정부가
?군사력을 키워 조직적으로 저항하기에 일본은 너무나 강한 나라였습니다. 중국
?조차 커다란 땅을 짓밟히며 일본에게 절절 매던 시절이었지요.
?
? 오죽하면 해방 뒤 친일파조차 일본이 그렇게 망할 줄 몰랐다고 변명했을까요?
?말하자면 아무도 조선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지 않던 때에 김구는 작은 불씨를
?안고 그 힘든 세월을 감당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힘들게 찾아준 나라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쳐도 김구가 그랬듯이 잘되리라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