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면 짠 대로, 매우면 매운 대로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가수 김태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느 가수가 명곡을?수없이 낼 수 없으며, 낸다 해도 같은 음악이라는 겁니다. 본디 있던 음악 색깔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청중들이 그 가수에게 다른 음악을 원하지만, 사실은 자기들이 시디만 바꿔 다른 가수 노래를 들으면 간단히 해결되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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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들으니, 제가 식당을 차려 처음 음식 장사를 할 때 선배 경영자가?들려준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어떤 일이 있어도 손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오래 간다는 심정으로 꾸준히 지속할 것. 이 두 개였어요. 쉽게 말해?음식이 짜면 짠 대로 계속 버티라는 겁니다. 그러면 나중에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 식당에 모이고,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음식점을?찾아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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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장사가 안 되면 주인은 친구와 단골 손님이 권하는 대로 음식 메뉴를 늘리거나 바꿉니다. 그리고 같은 음식도 이리저리 다르게 조리해봅니다. 그러는 사이 손님은 올 때마다 음식 종류와?음식 맛이 바뀌는 것처럼 느낍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니고, 들쭉날쭉한 음식이?되어 영업은 더욱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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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시간이 한 참 흐른 뒤에 “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거라도 붙잡고?있을 걸.”하고 후회하지요. 그래서 음식점 선배가 처음부터 제게 그 두 개를?강조한 겁니다. 힘들기는 해도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하루아침에 승부를?보려 하지 말라는 것. 지나놓고 보니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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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사람 사는 이치에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성인 남녀가 각각 자기 색깔이 있다고 서로 인정하면 상대방에게 짜게 하라든지 하지?말라든지 강요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 색깔을 고집하며 상대방을 자기?입맛대로 길들이려 하니까, 평화가 깨지고 갈등이 커집니다. 부부 문제라면 갈라서는 것으로 마무리되겠지만, 나라끼리 그런 관계로 진행되면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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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우리에게 북한도 없고, 남조선도 없는데 상대방을 서로 자기 기준에 맞추어 부릅니다. 남쪽은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줄여 부르자면 한국과 조선이겠죠. 그러니 서로 그렇게 불러주어야 합니다.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치고 북한이니, 남조선이니 하며 자기 입맛에 맞추니까 싸움이 일어납니다. 지난 몇 년 충돌 경험으로도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틀에 갇혀 사는지를 절실히 깨달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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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태원은 청중에게 시디를 바꿔 다른 가수 노래를 들으라고 했지요. 그 충고대로 남북이 각각 미국과 중국으로 상대방을 바꾸었으나 지금은 허사라는?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남북이 끈끈하게 붙어살려면, 지금이라도 한국은 한국대로, 조선은 조선대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기 입맛에 맞추려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