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모두 승리하기
어느 유명한 아이스크림은 31개 맛에서 골라야 합니다. 이런 맛, 저런 맛, 그
?게 그것 같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대로 고르기만 하면 아주 섬
?세하게 자기 입에 맞출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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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번 대통령 후보자가 열두 명이라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입맛대로 고
?를 수 있게 다양해졌습니다. 게다가 누구든지 출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
?고, 그 중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선거가 즐거운
?한 바탕 놀이여야 한다더니, 이제야 제대로 된 놀이판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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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에서는 후보를 단일화하여 둘, 또는 셋 중 하나를 뽑아야 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비교적 단순하였는데 갑자기 복잡해지니까 당황스러운 모양입니다. 물
?론 성향이 비슷하여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러나 후보로 등록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당선되지 않아도 그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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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되고 싶은 후보는 어쩌면 다른 후보가 전격적으로 사퇴하여 자기가
?그 표마저 챙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공부를 제대로 하
?지 않은 학생이 시험 보러 가면서 속으로 학교에 불이 나기를 비는 것 같습니
?다. 표가 적으면 자기 게으름을 탓해야 합니다. 시험이든 선거든 자신이 노력
?한 만큼 얻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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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떨어지고 나서 대개는 ‘네 탓’을 하더군요. 돌이켜보면 지난 5년
?은 너무 네 탓만 하고 살았습니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거의 끝났는데도 지금까
?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당선된 사람
?을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그렇게 대접받으니까 이쪽도 많이 서운해 합니다. 네
?가 그러면 나도 그냥 당하지는 않는다는 식으로 서로 맞서면서 갈등만 커졌습니
?다. 그래서 그 동안 많이 힘들었지요. 그 북새통에 서민들은 더 힘이 들고 삶
?은 아주 고달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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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사람은 저런 사람이 어떻게 당선되었을까 하며 억울해 하게 마련이지요. 그
?래도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을까를 돌아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속이 깊어지고 삶에서 의미를 찾습니
?다. 그러면서 뒷날을 기약할 수 있고요. 그게 국민을 섬긴다는 사람이 걸어야
?할 정도이기도 하지요. 따지고 보면 선거에서 졌다고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닙니
?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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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가 잘 되는 집은 하던 대로 계속 밀고나가며, 장사가 안 되는 집은 그 이
?유를 찾으려고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자칫하면 잘 되는 집은 늘 잘될 줄 알고
?교만해지고 나태해지며, 부패할 수 있지요. 그래서 예부터 사람은 실패와 고통
?과 눈물 속에서 성숙한다고 한 겁니다. 그러니 이기든 지든 그 결과에서 교훈
?을 되새겨야 성숙하는 것이지요. 결국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새로이 할 것인지
?반성하는 사람이 최후에 승리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