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
겨우내 움츠렸다가 봄이 되면서 아는 분들을 만나니까, 멀리 떠났던 사람을 오
?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하는 시민운동가,
?지역 주민을 위해 뛰는 사회복지사, 여성 가장을 돕는 활동가, 지역 소식을 전
?하는 기자. 오래 전부터 사귄 분들이지만,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왕성하게 활동
?하는 것을 보니 흐뭇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 소신껏 사는 분들이 많아 너무나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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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클린턴 대통령 아내였던 힐러리 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
?여합니다. 힐러리는 2008년 대선에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공화당이 벌여놓은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힐러리도 미국이 이라크
?와 갈등할 때 의회에서 침공 쪽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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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든 정치인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말을 너무 쉽게 바꿉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사람들을 위하던 사람도
?정작 정치인이 되면 자기 색깔을 버립니다. 물론 “당론이다. 역사의 흐름이
?다. 현실을 반영한다.”고 합리화하면서 태도를 바꿉니다. 그렇게 바꾸지 말아
?야 할 것을 바꾸면서, 자기가 소신껏 행동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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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것도 지지자가 원하
?는 색깔을 대통령이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열성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정열과 진
?정성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지지했던 색깔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입
?니다. 그렇게 대통령은 이쪽 저쪽 지지자를 다 놓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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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보도 사진을 보니 아주 독실한 개신교 대통령 후보가 절에 가서 합장
?을 하며 불공을 드리더군요. 대통령이 되려면 불교 신자들의 표도 절실하니까,
?그 후보는 개신교적 소신을 일단 접고 힐러리처럼 양다리를 걸쳤습니다. 지금
?힐러리는 이라크 침공에 찬성했던 것을 사과하지 않고 공화당 표를 얻으려 하
?고, 한편으로는 이라크에서 철군한다며 민주당 표를 얻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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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소신과 욕심은 적당히 엮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욕심을 부리면 소신
?을 버려야 하고, 소신을 지키자면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제가 만난 시민활동가
?들이 아름다운 것은 오랜 세월 그 분들이 무엇이 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어떻
?게 살겠다는 소신대로 살아 왔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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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정당도 소신을 지키려면 집권 욕심을 버려야 할 것 같
?습니다. 그런 정당이 의회를 차지하면 집권당이 바른 길을 걷도록 채찍질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다른 나라에 군인을 보내고 싶어도 의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해 못 보내는 식이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과 정당이
?정말 집권 욕심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