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영어 교육 확대 방침을 재검토하라

제 목
초등학교 영어 교육 확대 방침을 재검토하라
작성일
2006-01-31
작성자

초등학교 영어 교육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한글 전용론자로
?여기거나 국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서 왜 영어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매달려 본질을 비
?켜 간다. 즉,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거나, 도농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식
?이다. 말하자면 손가락이 가리키는 하늘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을 놓고 이러니저
?러니 논란을 벌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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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그 나라 국제 경쟁력을 영어, 특히 초등학교 영어 교육 도입 목적으로 보
?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1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했더니, 국
?가 경쟁력이 커지면서 무역 교역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그 상관 관계를 잴 수 없
?다.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초등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바람에 조기 영
?어 교육 열풍이 불면서 우리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유학 경비로 외화
?가 엄청나게 유출되었다.
? 국가 경쟁력은 우리 모든 역량을 때맞추어 제 곳에 쓸 때 제 힘을 발휘한다.
?즉, 정부가 제 때 예산을 기간 산업에 투자하였는지, 국제 변화에 따라 산업 구
?조가 합리적으로 군살을 뺐는지, 기업은 땅에 투기하지 않고 노동자 교육과 설
?비 증설에 자금을 투입하였는지, 노동 인력과 자원이 효율적으로 안배되는지 등
?이 모두 국가 경쟁력의 요소이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은 이런 시스템
?을 제대로 갖추고 노력한 탓이지,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서 이룬 것이 아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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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초등학생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법
?에서 초등학교는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
?다. 이에 따라 과목이 개설되고 초등학생들이 국어, 수학, 사회, 미술 따위를 배
?운다. 그런데 현행 초등학교 영어 교육은 듣기 말하기 중심으로 된 ‘대화 기
?술’을 가르친다. 이것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 국민들이 배워야할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초’이다. 그러므로 영어는 우리나라 초등학생이 생활에 필요
?한 기초적인 교육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다. 즉, 지금 초등학생 고학년이 학교에
?서 영어를 익히는 것은 국민이 익혀야할 기초 교육의 범위를 교육부가 지나치게
?넓혀 잡은 것이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영어는 첼로, 바이올린 공부처럼 기초적
?인 교육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
?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어야지, 모든 초등학생이 다 배워야 할 과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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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지난 10년간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공과를 짚어야 한다. 영어 과목을 도
?입하는 바람에 어느 과목 시수가 줄어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어떤 것
?이 어떻게 되었는지, 현행 영어 교육 결과가 과연 공교육에서 이루어 놓은 것인
?지, 공교육 교사가 제대로 현행 시스템에 적응했는지, 부모가 피아노, 태권도,
?컴퓨터에 이어 영어 교육에 얼마나 지원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래서 어느 곳
?이 잘못되었는지를 진단하고, 어느 곳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
?다.
? 즉, 초등학교에서 그 정도 ‘대화 기술’을 익히게 하려고 계속 그런 시스템에
?그런 비용을 들여야 할지, 또는 그 예산을 중학교 때 배정하고 효율적인 시스템
?을 만들어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시도에서
?영어 마을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영어권 문화를 익히게 하고, 동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그런 고민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런 치열한 고민 없이 초등학교에서 영어
?를 가르치면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식이라면 초등학생과 부모에게
?또 하나 짐만 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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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째, 정부는 도농 격차의 과오를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농촌을 지원해야 한
?다. 과거에 교육부가 컴퓨터를 학습 과목으로 집어넣어 학부모는 학생들을 컴퓨
?터 학원에 보냈다. 현행 대입 시험에 논술 과목이 있어서 오늘날 학부모들이 초
?등학생을 논술 학원에 보내는 이치와 같다. 애당초 도농 격차는 정부가 실마리
?를 제공한 것이고, 정부가 그런 상황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대처해야 했다. 그런
?데도 그런 과오를 해결하지 않은 채, 또다시 영어 교육을 하향 조정하여 1학년
?때부터 가르치겠다는 것은 자기 과오를 새로운 시행착오로 덮으려는 것이다.
? 지금이라도 정부는 초등학교 영어 교육을 철폐하여 영어 교육의 도농 격차를 줄
?여야 한다. 만약 철폐하지 못한다면 재정을 확대하여 유능한 영어 교사를 농촌
?에 파견하고, 농촌 학생에 맞는 교재와 교수법을 개발하여 보급하며, 영어 실습
?실을 확충하는 등 학습 여건을 제대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영어를 초등
?학교 1학년부터 가르친다고 도농 격차가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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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째, 어릴 때부터 언어를 익히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증거가 확실치 않다. 어
?린이가 호기심이 강하여 남을 모방하는 것을 언어 습득력으로 착각하는 것뿐이
?다. 가령 한국에서 태어나 오래 살았다 해도 외국에서 오랫동안 한국어를 쓸 기
?회가 없는 사람은 한국어를 잊는다. 즉, 언어는 필요에 따라 배워 쓰면서 그 어
?휘를 늘려나가는 것이지, 특히 어릴 때라고 더 잘 익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 나라 말을 잘 아는 학생이 다른 나라 언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는 것으로 밝
?혀졌다.
? 대부분 영어 전문가조차 외국어 조기 교육의 효율을 인정하지 않는데도 현실적
?으로 영어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커다란 이익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영
?어 교육을 확대할수록 영어 사교육 시장이 넓어진다. 말하자면 영어 사교육 이권
?에 관련된 사람들이 불씨를 지피면 교육부가 항상 기름을 붓는 식이다. 결국 공
?교육은 실마리만 제공하고 자기가 할 도리를 회피한다. 그리고 학부모 주머니를
?털어 영어 교육을 하되, 정부는 그 과정과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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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교육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현행 초등학교 영어
?교육의 본질조차 의심스럽다. 그런데도 우리말을 채 익히지도 못한 학생들에게
?정부는 단지 언어를 기능적으로 생각하고, 영어를 빨리 만나면 더 잘 익히리라
?는 편견으로 초등학교 1학년으로 영어 교육을 확대하려 한다. 지금 우리나라 초
?등학생들은 일찍이 다른 나라 언어를 통해 그 문화를 익히면서, 어떤 것이 우리
?문화이고 다른 나라 문화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문화 미아가 되고 있다.
? 그러므로 학생들이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언어 습득 능력이 성숙하고, 학습 목
?적이 분명할 때 정부가 나서서 확실히 도와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학습의 질
?을 검토해야지, 지금처럼 수업 연한, 수업 시수를 늘려 학습량으로 해결하려 해
?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