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희망이라구요?

제 목
사랑이 희망이라구요?
작성일
2004-02-12
작성자

언젠가 제가 스님께 물었습니다.
?’절에서 하루종일 수도해야 해요?’
?’아니야. 몇 천 년 전에 석가모니와 예수, 공자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
?는 것을 다 말씀하셨어. 그 말씀을 더 쉽게 대중들에게 설명해준 분들도 많았
?지. 그러니 지금 새삼스럽게 진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어.’
?’그럼 뭐 하시는 거예요?’
?’수도자, 종교인들은 그 분들 말씀대로 살려고 해. 그게 잘 안 되는 거지. 어떻
?게 실천할지를 고민하는 거야. 실천이 힘들지.’
?’만약 오늘날 삶이 석가모니와 예수가 살았던 시절보다 나은 것이 없다면 인류
?는 그 동안 그 분들 말씀을 조금도 실천하지 못했다는 뜻이네요?’
?’그렇다고 보아야겠지. 하지만 인류는 꾸준히 실천했고 지금도 실천하므로 진전
?이 있었다고 보아야지.’
?
? 제가 스님께 투정을 부린 것은 오늘날 삶이 자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입니다. 백혈병과 에이즈 때문에 겁에 질렸다가 인류가 이제 겨우 그 암흑에서
?빠져 나오는가 싶었는데, 요즘엔 사스에 이어 광우병, 조류 독감이 생존을 위협
?합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조차 확보하지 못해 갈팡질팡합니다.
?
? 게다가 국제 사회를 미국이 주도하면서 지구촌이 전쟁촌으로 바뀌어 살인과 살
?육으로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먹고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총칼과 전차가 전자
?무기로 바뀌었을 뿐, 예수님이 살던 시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일
?까, 최근 들어 우리 사회도 어린아이를 납치하여 죽이는 일이 빈번하고,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지금 사회가 흉흉해지면서 사
?람들은 사는 것이 아니라 죽어 가는 것 같습니다.
?
? ‘스님. 희망이 있습니까?’
? ‘그럼. 과거에도 어려웠고, 현재도 어렵고, 미래도 어려울 거야. 그러나 인류에
?게 목표가 있다는 것이 희망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른다면 무엇을 실천해
?야 할지도 모를 테고, 암흑 속에서 방황하며 부딪치는 것들을 모두 고통으로 받
?아들일 거야.’
?
? 스님 말씀대로라면 우리 사회를 희망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은 자기가 놓인 곳에
?서 조금씩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실천하는 것이 희망이고 사랑하는 것이
?며, 사랑하면서 사람은 존재하고 희망을 기대한다는 것이지요.
?
?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사랑은 남을 살리기도 하지만, 궁극
?적으로는 자기를 살리고 자기가 존재하는 이유인 셈이니, 몸과 마음이 안 예뻐
?질 수가 없겠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이 이런저런 궂은 일로 힘들게 봉사하면서
?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셨군요. 그렇다면 우리도 힘든 세상을 한탄하
?며 절망을 슬퍼하지 말고, 희망과 기쁨을 보며 열심히 이웃을 사랑해야겠습니
?다. 성인들께서 인간은 사랑하려고 태어났고, 살면서 사랑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
?이 바로 그 뜻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