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 정보의 주체자로 살아야

제 목
첨삭 – 정보의 주체자로 살아야
작성일
2004-10-8
작성자

정보의 주체자로 살아야

이도경(포항여자고 2학년)

사람의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인 까닭은, 많이 듣되 꼭 필요한 말만 하라는 뜻이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다원화 사회라는 명분 아래 모두들 자신의 주장만을 남에게 피력하려 한다. 진보와 보수, 광고와 이데올로기의 정당화까지 현대인은 너무도 많은 주장과 의견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새도 없이 현대인은 거대한 세력 아래에서 수용자의 입장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정보에 있어서 약자인 대다수의 현대인은 이 엄청난 주장과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 시사 주간지와 같이 정치적 성향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나 TV에서 지하철 게시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대인에게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또한 영향을 끼침으로서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있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가능한 많은 사람을 설득하여 정치적 세력을 키우거나 물건을 많이 파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다. 광고에 현혹되어 물건을 사고 후회한 경험이나,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르게 보도한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현대인은 자기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주관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둘째, 사건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다수의 현대인은 정보에 있어서 약자이기 때문에, 거대한 미디어 매체가 제공하는 대로 믿기 쉽다. 그러나 중구난방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러 입장에서 말하는 것들은 모두 옳다고 하기는 힘든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를 번갈아 보며 어떤 것이 진실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떠한 사건에 대해 전문 지식을 찾아봄으로써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쪽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쪽 말도 맞는 것 같다’는 불분명한 입장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신이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입장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과거 하향식 지배 구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쉬워졌다. 촛불 시위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한 네티즌이 미선이와 효순이를 추모하자면 촛불 하나씩 가지고 광화문에 모이자고 글을 올린 것이 시초였다. 그 글 하나로 광화문이 꽉 차게 사람이 모여 들었던 것은 여론 주도의 힘이 개개인 모두가 가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보의 수용자 입장에서 비판을 하고, 여론 주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뜻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정보 주체자일 것이다.

이상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주장과 의견, 정보가 난무하는 사회에서의 바람직한 삶의 자세를 알아 보았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있듯이, 정보를 선별하여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비판하고, 또 자신의 의견 또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정보화 사회에서의 바람직한 태도이다. 앞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 이러한 사회 상황에서 실제적 관심과 행동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논술 시험이 생긴 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아직 논술글에 익숙지 않다. 그것은 고3이 될 때까지 논술 글쓰기를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초등학교 때 글쓰기 학원에 다녔다 해도, 글을 쓰기 위한 예비 단계를 거친 것이지, 본격적으로 논술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 대부분 학생들이 논술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말하자면 고3인데도 논술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이번 달에는 고2 학생들 글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를 확인해 보기로 하자. 이 글은 현대 사회에서 정보 소비자의 자세를 논하라는 문제에 답한 글이다.

이도경 학생은 서-본-결을 1:3:1로 안배하여 본론에 자기 생각을 더 넉넉히 담을 수 있었다.

이도경 학생은 논술글을 모두 다섯 단락으로 처리하였다. 서론에서 정보가 넘쳐 난다는 말을 하려고 하였는데, 그것이 그만 너무 말이 많다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그래서 산뜻하게 시작하려고 거론한 ‘입 하나 귀 두 개’가 이 글 전체와는 관련이 없었다. 차라리 서론 단락 끝에 있는 ‘거대한 세력, 수용자, 약자’라는 단어에 집중하여, 오늘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일화를 제시하였더라면 훨씬 더 산뜻하고 생생하게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본론 1인 둘째 단락에서 현대인이 정보 앞에서 자기 주관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것이 이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고 논점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문장은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여야 한다. 즉, 그렇게 주장하게 된 이유를 서술해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을 내세워 물건 잘못 사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서로 다른 보도에서 헷갈리지 않으려면 주관을 가지라는 식이다. 논술 글에서는 1인칭 주어인 ‘나, 우리’를 쓰지 않고, 3인칭 주어인 ‘사람들은’으로 쓴다. 남들을 설득하려고 개인적인 경험도 일반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본론 1단락에서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서술하기는 하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진하게 감동할 수 있는 보편적 사례로 설득하지 않았다.

본론 2와 본론 3에서도 이런 버릇이 계속되었다. 본론 2에서는 정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비판적(객관적) 능력을, 본론 3에서는 정보 주체자로서 자부심을 지녀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것도 전부 필자의 주장이고 각 단락의 논점이다. 그렇게 당위를 강조한다면 나머지 문장은 모두 ‘왜 그래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그러면 좋으니까’ 식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결론 단락은 모두 세 문장인데, 첫 문장에서는 글 전체의 서술 방향을 안내하고, 둘째 문장에서는 본론을 요약하였다. 그리고 셋째 문장은 독자에게 충고(당부)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결론 단락에 있는 말은 새삼스럽지 않으며, 아예 없애도 될 정도이다. 대체로 논술글은 결론에 있는 한 주장을 본론 세 단락으로 뒷받침하는데, 이 글은 본론에서 이미 세 개를 주장했기 때문에 결론에 달리 무엇을 담아야 할지 몰라서 일상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조윤주 학생에게 한 충고처럼, 본론으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전망으로 한 단락을 만들어 결론으로 삼아야 한다.

결론 끝 문장 서술어를 ‘되도록 하자, 기여하기를 바란다’처럼 청유와 명령으로 끝낸다. 이것은 논술글 독자(채점자)가 교수라는 사실을 잊고, 신문 사설처럼 독자를 훈계하고 계몽하려는 버릇이 드러난 것이다.

둘째는 상투적이고 뻔한 내용으로 대충 글을 쓴다. 즉, 잘 알지 못하는 문제거나, 미처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인데 무작정 글을 쓴다.

셋째, 어려운 말을 쓰고 산뜻한 비유를 동원하여 멋있게 쓰려고 한다. 논술글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글이다. 멋있게 쓰면서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