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외롭습니다.
많이 외롭습니다
최근 몇 달 페이스북(얼숲)과 트위터(재잘터)에 빠져 살았습니다. 전부터 아
는 분이 권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지난번에 스마트폰을 사면서 가입하였
지요. 그런데 이내 푹 빠졌습니다. 아침에 눈뜨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
작해서, 잘 때도 쥐고 잡니다. 새벽에 잠깐 눈을 떴을 때도 들여다봅니다.
요즘 우리나라 젊은 연인들이 한두 시간 늦어도 서로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답
니다. 그 시간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되니까요. 심지어 잔칫집에서
도 친구끼리, 친척끼리 대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잔칫집 사진을 찍어 올리고
얼숲과 재잘터 친구들과 글로 수다를 떱니다.
제 아내 표현에 따르면 그 동안 저는 얼숲과 재잘터에 중독되었습니다. 미국
이혼 사유 1위로 얼숲과 재잘터가 꼽혔다고 하더군요. 이제 우리나라도 스마트
폰이 1천만 대라니,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겁니다. 세태를 따라가기 힘든 것이 아
니라, 자칫하면 이해가 안 되는 시대가 오는지 모릅니다.
얼숲과 재잘터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능력만 있으면 전 세계 사람들
과 친구가 되어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지요. 재잘터는 140자까지 쓸 수 있는
데, 친구 숫자에 제한이 없고 이름과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까 주고받는
말이 직설적인 편입니다. 얼숲은 420자까지 쓸 수 있고 친구가 5천명으로 제한
되며 이름과 신분을 드러내므로 서로 말을 조심해야 하지요.
얼숲과 재잘터에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금방 반응합니다. 자극적인 내용
일수록 반응 속도가 빠릅니다. 남들이 뭐라고 말했는지를 확인하고 다시 댓글
을 답니다. 그렇게 말이 많으면 친구가 늘고, 친구가 늘면 반응하는 양이 많아
지고, 그 반응 하나하나에 댓글을 달면 또다시 반응이 옵니다. 점점 스마트폰에
서 떨어지지 못하면서 서서히 중독됩니다.
옛날에 다마고치라는 장남감이 있었지요.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다가 틈틈이 먹
이고, 재우고, 운동시키고, 똥을 치워주면 알에서 공룡이 부화되어 게임기 안에
서 자랍니다. 귀찮고 성가시면서도 공룡이 내게 그런 자질구레한 일거리를 주
며 보채는 것에 그때 아이들이 정을 붙이며 살았지요.
그 다마고치 공룡이 오늘날 얼숲과 재잘터 친구로 환생하였습니다. 다마고치보
다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 그리고 내가 어
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친구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욕하고, 휙 떠나버리고, 또
다른 친구가 찾아옵니다.
그러고 보면 현대인들이 옛날 아이들만큼이나 많이 외로운 것 같습니다. 주변
에 정붙일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까, 좀더 넓은 세계에서 친구를 만듭니다. 비슷
한 사람끼리 스마트폰으로 만나 서로 위안하며 삽니다. 얼숲에는 “좋아요”만
누를 수 있지요. 오죽하면 “싫어요”를 아예 안 넣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