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선될 것인가?

제 목
누가 당선될 것인가?
작성일
2000-01-25
작성자

지난 1월 24일 총선시민연대에서 공천 반대자 명단을 발표하자, 어느 신문은 이를 두
고 ‘시민 혁명’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 거사를 많은 시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나 퍼먹이고 관광 버스나 태워 주는 선거 운동을 유권자들이 단
호히 거부하고,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단다. 이렇게 되면 지금
까지는 유권자들이 ‘돈, 조직, 지역 감정’ 때문에 의원을 뽑는답시고 상전을 뽑았는
데, 이번에야말로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여 진짜 일꾼을 뽑을 수 있을 것 같
다.

일전에 만난 어느 정치인은 지금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가 아주 힘들다고 털어놓았
다. 허공에 떠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과거와 달라서 유권자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의원에 당선되는 방법은 간
단하다. 예나 지금이나 유권자에게 표를 많이 얻으면 당선된다. 그렇다면 누가 표를
많이 쥐고 있을까?

첫째, 젊은이 표가 더 많다. 삼각형에 빗대어 말하면 꼭대기 뾰족한 곳이 노인들이
고, 밑바닥 평평한 곳이 젊은이들이다. 위에 있는 몇 세대를 뭉턱 잘라 놓아도 아래
한 세대 숫자만 못하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동안 고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 사업에
매달린 사람이 의원에 당선될 것이다. 그 청소년들이 자라 유권자가 되어서 학창 시절
을 잘 넘기도록 도와준 사람에게 보답할 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둘째, 가진 것 없이 사는 사람 표가 더 많다. 소득 구조로 보면 상위 소득자 몇 퍼센
트가 전국 재산의 절반 이상을 쥐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취미 생활은커녕
아이엠에프 상황 이후 생존하기에도 바쁘다. 그러므로 지난 몇 년 동안 그럴듯한 지
역 단체 유지들에게 눈도장 찍으러 돌아다니지 않고, 없이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 사람에게 유권자들이 표를 몰아줄 것이다.

셋째, 여자들 표가 더 많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 우리 사회는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편이다. 그래서 여자는 사회적으로 약자이고, 도와주거나 북돋아
야 할 곳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여성이 홀로 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바라지
한 사람이 당선될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 취업 확대, 재교육 기회 제공, 육아 시설
확충, 노인 복지 사업에 힘쓴 사람을 여성들이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청소년, 없는 사람, 여자’가 지닌 공통점은 한 마디로 말해 ‘교육’이다. 지역 개발,
환경 보존도 좋지만, ‘공교육, 재교육, 평생 교육’ 등에 뛰어들어 많은 이들에게 ‘희
망’을 준 사람이 이번에 당선된다. ‘돈푼이나 있는, 기성 세대 남자’에게 관심을 쏟
은 사람들은 한 줌밖에 안 되는 공허한 영향력을 믿고 헛운동을 한 사람이고, 이번에
떨어질 것이다. (2000.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