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제도라야 한다…

제 목
평준화 제도라야 한다…
작성일
2000-08-5
작성자

부천 지역 명문으로 쳤던 부천고, 부천여고가 최근 몇 해 동안 중학졸업생 지원
율이 아주 저조하였다. 그것은 새로 적용될 2002년 대입 제도 개선안에 따라 학
교장이 추천하거나, 내신 성적을 반영할 때 ‘명문고’가 여러 모로 ‘일반고’보다
불리하다고 학부모들이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부천의 ‘비평준화 제도’는 중학 졸업자가 고교 입학생보다 많아 고
등학교에서 모두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묵인해 온 제도였다. 어떤
형식으로든 합격 기준을 정하여 인원을 조절해야 했던 것이다. 상급학교에 진학
하여 더 배우겠다는 아이를 제도적으로 막은 것이다. 따라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필요악으로 인정해 온 셈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부천 지역도 평준화가 되어야 한다. 첫째, 평준화가 되면 학생
들이 집 근처에 있는 고교로 진학하여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부모 품에
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 나아가 사회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생들이 집 가까이 있는 학교를 놔두고 멀리
다니느라고 낭비하는 시간도 많았고 경제적 손실도 컸다. 그리고 집과 학교가 멀
어진 만큼 학생들이 청소년 유해 요소에 접근할 기회가 늘면서 ‘청소년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평준화가 되면 학교 서열이 없어지고 수많은 부모, 교사, 학생들이 자존
심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은 공부 잘하면 어느 학교, 공부 못하면 어느 학교라
고 정해져 있어 학생들 교복에 서열이 매겨져 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많은 사
람들이 학교 이름에 따라 청소년의 인격도 이류, 삼류가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
는 셈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한 애는 실수로 인정해 주고, 한
애는 원래 그런 애로 다룬다.

명문고 학생이라고 해서 다 자긍심을 갖는 것도 아니다. 명문고 학생들 중에서
도 뒤쳐진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적으로 차별 대우한다’는 자격지심에 사로 잡
혀 있다. 몇 년 전에 내신 반영 비율을 놓고 전국 비평준화 지역 학부모들이 단
합하여 교육부에 거세게 항의한 적도 있었다. 말하자면 ‘명문고’ 안에서도 ‘상위
권’ 학생을 빼고는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비명문고’ 교사들은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도와주려고 훨씬 더 큰
노력을 하는데도,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에서 보여준 결과로만 학교를 평가하
여 마치 ‘비명문고’ 교사의 능력이 ‘명문고’ 교사의 능력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어 ‘비명문고’ 교사들이 상처받고 있다.

셋째, 평준화가 되면 학부모들이 입시 과목에 들여야 하는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삶, 개성 있는 취미에 몰두
할 수 있다. 부천에서는 학교 간 친목 행사도 드물고, 선의의 경쟁도 없다. 고
교 입시라는 부담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의 취미와 특기를 살려주지 못하고 초
등학교 때부터 국영수 중심으로 된 입시 과목에 매달리고 있다.

부천 지역은 맞벌이 부부가 많으며, 생활 여건이 타 지역보다 넉넉한 곳이 아니
다. 그런데도 아이들 전인 교육에 걸림돌이 되는 곳에 돈을 들이며 아이들을 ‘학
습 문제 푸는 기계’로 길들이고 있다. 이런 경쟁에서 탈락한 하위권 학생들은 가
정과 학교에 정을 붙이지 못해 ‘학업 중단, 가출, 학교 폭력’ 등으로 발을 내딛
고 있다.

교사들은 21세기를 대비하여 아이들과 어우러지는 신바람 나는 수업을 꿈 꿀
수 없으며, 상급학교 진학 지도가 학교 교육의 최대 목표가 되어 ‘죽은 지식’ 하
나라도 더 집어넣는 수업에만 매달려야 했다.

결국 비평준화 제도는 ‘경쟁, 결과’를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모두다 승리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제도로써, ‘명문고’ 중에서도 성적
이 우수한 몇 학생을 빼놓고 대부분 학부모, 교사,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제도
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비평준화를 해제해야 모든 사람들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계기
가 될 것이다. 대입시 제도가 바뀌면서 지금 부천시 각 고등학교가 몇 년 전부
터 실질적으로 비슷해져 왔다. 지금이 평준화 제도를 정착시켜 학교 교육을 바
로 잡아야 할 좋은 기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