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에 글을 올리고 나서… (뒷이야기)
내가 경찰이 함정 단속하는 것을 비판하는 글을 부천 남부 경찰서, 서울 경찰
청, 경기경찰청에 올렸더니, 현직 경찰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발끈하며 화를 내
며, 나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그 사람들이 내 글 어디가 맘에 안 드는지 그쪽에서도 비판해 주면 좋으련만,
글 내용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선생이 맞냐고만 묻는다…. 선생 망신이라
나… 그 사람들은 아직도 선생이 욕도 안하고, 똥도 안 싸고 사는 줄로 알고 사
나보다…. ^^;
심지어 교사가 아니라 학교에서 청소하거나 밥해 주는 사람이라고 지적하기도 하
였다… 그 사람은 불쌍하게도 직업에 대해 커다란 편견을 지니고 사는 사람이
다… 학교에서 궂은 일을 하는 분들이 훨씬 인자하고 자상하다는 것을 모른
다.
나는 그런 글에는 그 사람들이 욕을 하거나 말거나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그
래 보았자, 나나 그 사람이나 나중에는 감정적으로 만나기 쉬우니까…. 아래 글
은 부분적으로 비꼬는 말투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이름을 밝히고 이성적으로 쓰
려고 한 글이다…
———
박용길(yongkary@xxxxxx)
선생님께 싸우기 위해서 이렇게 멜을 보내는 것은 아님을 알아주십시요. 단지 대
한 민국 선생님이라면서 그런 글을 올렸다는게 한심할 뿐입니다.
선생님이라면서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선생님이면 내가 대학교다닐때만해도 존경의 눈을로 바라보는 아직두 현직 선생
님으로 근무중인 선배들을 보면 존경의 맘을 감출수가 없는 선생님인데…
내가 의경으로 근무중에 한 초등학교 여선생님을 중앙선 침범으로 스티커를 발부
를 했었습니다. 그 여선생은 비가오는 도로한 복판에서 한번만 봐달라며, 전에
도 그런적이 있는데 @@의 이름을 대면서 그땐 그 분이 봐줬는데 전 왜 안봐주냐
며 1시간 가량을 비를 맞으며 실랑이 끝에 벌점 30점, 6만원벌금의 중앙선침범
을 발부를 했습니다.
단지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봐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아님 전에 딴사람이 봐줬다는 이유로 제가 봐줘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것
도 아님 비오는 도로 한복판에서 한시간 동안 서있었던 제가 잘못한겁니까? 그
당시 전 근무 중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경찰서로 귀대중이었습니다.
경찰이 뻔히 보이는 그곳에서 중침을 해놓구 봐주지 않는다고 민원신청까지 한
그런 교사 밑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까요? 남을 가르친다는 일은 단지
지식만을 전해주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학교를 꼭나가야 하는 이유가 없겠죠
제가 만약 그 여교사를 그냥 보내 줬다면 그 교사는 또 그런 상황이 된다면 또
핑계를 대고 봐달라고 하겠죠? 아님 제가 중앙선 침범대신에 안전띠 미착용 같
은 벌점없고 싼, 소위 말하는 격과처리를 했다면 전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군
기 기율대에서 목봉체조를 열심히 했겠죠? 단지 봐줬다는 이유때문데…
전 선생님들께 올바르게 살라고 배웠지, 편법을 쓰라고 배우지 않았습니다. 요
샌 교사들이 그렇게 가르치나요?
전 선생님들께 편견을 갖지 말라고 배웠지, 몇 몇의 사람들때문에 그 사회나 집
단을 평가하지 말라고 배웠는데, 그게 아마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라고 분명 배웠
는데, 요새는 잘못된 일반화의 오류는 안가르치고 한사람을 보고 그 집단을 평가
를 하라고 가르치나요?
저 역시 그때 그런 교사 몇명을 보고(음주단속으로 걸렸던 사람도 있었죠)우리나
라 선생님들 전체를 평가하는것은 아님니다. 그건 제 은사님들을 욕하는 행동이
니까요. 하지만 선생님 당신은 어떠게 몇명의 경찰만 보고 경찰 자체를 평가하시
죠? 남모르게 좋은 일 많이 하는 그런 경찰들은 경찰로 안보시나보죠?
어떤 사람이 지난번 뉴스에서 나온 초등교사가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을 갖도
우리 나라 교사 모두 나쁘다고 평가한다면, 손가락질과 욕을 해댄다면 당신도 할
말이 없지 않습니다. “당신도 교사니까 학생들을 성폭행 했다 나쁜 사람이다.”
어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전 아직도 선생님들들 존경합니다. 물론 몇
몇의 교사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람들도 있지만 선생님이란 자체는 얼마나 존경
의 대상입니까?
전 우리 나라 선생님들께 교육을 받은 한 학생으로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학생
을 가르치는 일은 단지 지식만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자신의 인격을 보여 줌으로 인해서 학생 스스로 사회에 한 구성원으
로서 보탬이 될수 있게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는게 아님니까? 제 교사의 정의가
잘못 되었나요?
선생님께 부탁드림니다. 경찰의 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평가하지 마십시요. 학생
들에게 말로만 나무만 보지말고 산을 보라고 가르치지 말아달란 말입니다.
이 글로 인해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이해해주십시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누군가
가 교사 전체를 단지 누구누구만 보고 판단하여 다 성폭행범이니 나쁜 사람이니
하면 기분이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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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보낸 한효석 답변..
안녕하신지요?
모두들 연말이라서 어수선한 시기에
제 글을 읽고 답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현직 경찰 대부분 욕을 하고 감정적으로 비난하는데 비해
박용길님은 교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편지를 쓰셨습니다…
거듭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교사는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대단한 존재라고 믿는 것은 그 사회의 편견이지요….
그냥 직업인의 하나이고, 우리 이웃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대단한 의미를 두는 것은
그 사회의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어 10여 년전
교사들이 우리도 노동자라고 할 때
교사가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하며
너희들은 군사부 일체에 속하는 “스승”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목사님도 존경 받을 만한 분이 존경을 받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이고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억지로 존경하라고 한다고 해서 존경할 일이 아니지요…
편법을 쓰든 안 쓰든
그것은 박용길 님의 마음에 달렸고
그런 박용길 님을 존경하고 안하고는 제 마음에 달렸지요…
그러나 성숙한 사회에서
서로 존경하고 존경 받으려면
편법을 쓰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면으로 교사 중 일부는
과거에 남을 존경하지 않으면서 존경만 받으려고 하였으며
편법으로 세상을 쉽게 살려고 하였습니다…
제가 그 글에서 말씀 드렸듯이
일부 경찰로 전 경찰을 매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과 경찰을
서로 불편하게 하는 제도적 허점이 있는지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1000명이 지나가다가 한 명이 실수한다면 그 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겠지만, 1000
명이 지나가다가 100명이 실수하는 곳이라면 사람보다 그곳에 뭔가 문제가 있다
는 뜻입니다…
그 글을 읽고
현직 경찰이 오히려 저를 좋아할줄 알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단속하고 싶지 않은데 할 수없이 하고 있었다…”
“당신 글을 읽고 위에서 그런 식으로 단속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곳에 주의하라는 표지판을 세웠더니, 사람들이 위반을 안 하더라…”
저는 우리 나라 교사 중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신문에서 흠씬 두들기면 아주 좋아 합니다…
사회에서 그 동안 교사라고 해서 봐준 적이 많았거든요…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바람에 교직 사회가 오늘날 많이 썩었는지도 모릅니
다…..
물로 그 속에서 저 자신도 예외는 아닙니다…
말하자면
일부 경찰 문제를 가지고
전 경찰이 보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우리 교사들처럼 비판없는 풍토 속에서 썩어간다고
경고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교사나 경찰이나
인간이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지요…
그러니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지요….
실수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실수를 줄이자고….
저는 남의 잘못을 보며
“아, 그래. 나도 저런 상황에 놓이면 무심히 저럴꺼야”하며
다시한 번 자신을 추스릅니다…
박용길님 주변에 좋은 교사, 좋은 선배가 있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아울러, 선생님이라서 존경하시지 마시고, 선생님 말고도 주위에서 묵묵히 일하
는 분 중에 존경할 만한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존경
받는 교사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박용길 님 같은 분이 있어서
교사가 얼마나 바로 살아야 하는가를 배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2000. 12. 16.
한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