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과학실 옆 음악실-정경미
과학실 옆 음악실
정경미 (주부, 부천시 원미구 상동)
여고시절을 생각하면 입가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번진다. 날 기억해 주시는 선생
님이 계실까? 난 모범생처럼 착한 학생 축에는 들었지만 공부를 잘 했다거나 무
언가 특기가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다거나 반항적인 것과는 거
리가 먼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학생이었다.
5시에 일어나 진학 학원 새벽반에 다니고 밤10시까지 학교 독서실에서 공부하
며 하늘의 별을 보고 다니던 시절, 독서실 자습을 끝낸 밤늦은 시각에 나와 친구
들은 음악실에서 즐겨 노래를 불렀다. 강당 밑에 긴 복도 끝부분 쪽에 있는 음악
실까지는 어둡고 깜깜했다. 음악실 맞은편 과학실엔 실물 크기의 흰 뼈다귀 표
본, 개구리 해부 표본, 실물 크기의 독수리 박제 등 으스스한 물건들도 많았다.
우리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그 복도를 달리곤 했다.
달음박질로 들어서서 스위치를 ‘탁’ 켜면 내 마음처럼 환하게 밝아지던 음악
실. 우린 친구의 피아노에 맞춰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
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처럼 가곡 같았던 가요를 잘 불렀다.
음악실 옆엔 합주실과 기악실, 또 방음장치가 된 방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작
은 방엔 피아노가 한대씩 있었는데 음대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레슨을 받는 곳
이었다. 그 방은 비어 있었던 적이 많았다.
한 번은 그곳에서 친구들과 미니카세트로 음악을 듣다가 영어 수업 시간에 늦
은 적이 있었다. 영어 선생님께선 단체로 지각한 이유를 물었고 답이 궁색한 나
는 음악 감상을 했노라 대답했다. 선생님이 카세트를 빼앗아 동작 버튼을 누르셨
고 동시에 돈 멕클린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Stary sta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또 그 레슨실은 나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기도 했다. 그 조용하고 좁은 공
간, 바깥 창쪽으로 일 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동그란 구멍이 수없이 나있고 그곳
을 통해 동그란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그 공간을 참 좋아했다. 그곳에
서 홀로 즐기는 고요함과 마음의 평화가 더없이 좋았다.
그렇게 자주 찾았던 음악실 덕에 나는 음악선생님을 사모한다는 오해를 받았
다. 우리들이 졸업한 후 얼마 되지않아 모 전문대학의 교수로 가셨다는 그 선생
님은 성함도 잘 기억 나지 않는다. 호인 타입이고 장발에 약간 곱슬 머리였던
그 선생님의 외모는 지금 만나 뵈어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여고 시절을 생각하면 어두운 밤 하늘에 메아리치듯 들리던 친구들의 목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합창반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던 그 순수한 시절
이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가슴 속에 남아있다. 아! 그리운 여고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