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을 때는 쉬자
우리 나라 대학은 대부분 대학 입학 전형 때 경험이 다양한 학생을 우대하고 있
다. 그래서 요즘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려고 평소에 자원 봉사에 참여하
고, 청소년 대상 행사에도 참석하고, 학교 임원이나 학급 임원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부모들도 그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자녀가 ‘국영수’ 과목에 매달리지 않고 다
른 곳에 관심을 쏟아도 지금은 관대하게 대하는 편이다. 오히려 어느 부모는 자
녀가 갈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내 참가할 것을 자녀에게 적극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중 일부 학생은 이런 좋은 일에 참여하여 보고 듣고 겪으면서도 형식
에 너무 치우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봉사 활동, 청소년 수련회”가 지닌 의미
나 내용은 따지지 않는다. 지금 몇 시간을 채웠고, 앞으로 몇 시간을 채워야 한
다는 식이다.
그런 청소년들과 대화를 해보면 나이에 비해 계산은 빠르지만, 다른 정신 연령
은 무척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나이에 걸맞은 향기를 풍기지 못한다. 자
기 이익에 밝고 자신만 귀한 줄 알고, 남을 이해하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
이다.
사람이 밥만으로 살지 못하고 정신 세계도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그와 마찬가
지로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과 천천히 변하는 것으
로 마음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대학에서 이런 저런 경험을 우대하는 것도 21세
기는 균형 잡힌 인간을 요구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쯤 청소년들은 지난 날 보내버린 방학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아
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맞이한 수많은 방학 동안 기억하고 싶은 추억
이 남아 있는지? 가까운 방학은 말할 것도 없이 보람은커녕 먼 옛날 추억조차 떠
오르지 않는 사람은 아주 불행한 사람이다.
내가 아는 어느 학생은 자전거를 타고 이번 방학에는 전라도, 다음 방학에는 충
청도 하는 식으로 전국을 차례대로 답사하기도 한다. 또 어느 학생은 어느 복지
시설 한 군데를 정해 놓고 해마다 방학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이
것저것 벌여놓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많이 벌여 놓으면
지나 놓고서 대개 “이럴 줄 알았으면 그거라도 할 걸.”하고 후회하기 때문이다.
몸이 약한 사람은 운동도 집중적으로 하자.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잔뜩 쌓여
있는 곳에서 며칠 몇 날을 보낼 수도 있겠다. 평소에 쉬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작
정하고 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푹 쉬자. 남들이 내세우는 큰 일이 아니어도 좋
다. 이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고 살아야 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