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정년 연장 – 게도 구럭도 다 잃어요…
교원 정년 연장 때문에 말들이 많네요. 정년 단축은 그 당시 압도적인 지지에
따라 결정한 것이고, 지금도 절반이 넘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단축을 주장하고 있
어요. 불쌍하게도 야당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죽은 자식 불알을 만지고 있는 셈
이지요. 보수라는 것은 옛 것 중에서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것에 매달린다는 뜻
이지요. 그런데도 아무거나 옛날로 돌아가자고 하면, 시대와 역사의 방향을 모르
는 사람입니다.
어떤 방식을 바꾸려 할 때 어떤 사람들은 “잘 쓰고 있는데, 잘 돌아가는데 왜
바꾸냐”고 반발합니다. 새 방식으로 가면 자기가 수십 년 적응해온 방식을 버리
고 새 것을 익혀야 하니, 그도 그럴 만합니다. 그래서 대개 그런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자기가 익혀온 방식을 고집하게 됩니다. 변화를 쉬 받아들이려 하지 않
지요.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외면하는 경우
가 그런 예일 겁니다. 물론 노인네 말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지요. 옛날에는
옳았으나 세상이 변하여 그 소리가 지금은 잘 맞지 않을 뿐이지요.
지난 1997년 아이엠에프에서 돈을 대주어야 나라가 지탱하던 때에 젊은 직장인
들이 수없이 잘려 나갔어요. 그 퇴직자 중에는 은행, 증권, 대기업 회사에 다니
던 분도 많았습니다. 그 분들은 우리 나라 엘리트 사원이라고 할만큼 재능이 많
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들이 해고된 것은 그 당시 우리 나라 경제 구
조로 보아 사원수가 “어느 적정 기준을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말하자
면 집단 해고는 우리 사회 구조의 아픔이었지, 개인이 무능한 탓이 아니었지요.
정년을 1년 더 연장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생 다니던 직장이
니 떠나는 것이 좀 서운하겠습니까? 그러나 언젠가 그만 두어야 할 일이라면 오
히려 그 1년을 좀더 유익한 곳에 쓸 궁리를 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말하자면 죽
은 자식에 연연해하지 마고, 이제는 남은 식구들이 어떻게 재미있게 지낼지를 궁
리하라는 뜻이지요. 해보고 싶었지만 그 동안 일 때문에 못했던 일이 많을 겁니
다. 여유 있게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요.
새롭게 변한 세상을 받아들이셔야 해요. “그래,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
지금 세상에는 안 통하지.”하고 인정하시라는 뜻이지요. 젊은이들에게, 새로 태
어날 사람에게 역사의 주역을 양보하셔야 합니다. 그러자면 “내가 아니면 안 된
다”는 당당함도 버리셔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하나 편하자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방식을 강요하기 쉽습니다. 평생 깨끗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말년에 ‘아차’ 하면서 그 동안 쌓아온 명성을 다 잃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래
요. 자칫 잘못하면 게도 구럭도 다 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