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사는 이야기 – 고형석

제 목
교사가 사는 이야기 – 고형석
작성일
2001-11-29
작성자

이름 : 고형석 ( ) 날짜 : 2001-11-29 오후 11:31:32 조회 : 198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한번 남겨볼까 해서 이렇게 들어왔습니다.
쉼터와 예방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오랜만에 참 많은 글들을 읽었습니다.
그리운 이름들을 그리고 그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참 많이 죄송하기도 하고
혼자서 가슴설레이면서 축하를 하기도 했었답니다.
다들 건강한 모습으로 열심히 교육활동을 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이제 교사 3년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아이들이 좋고, 사랑스럽고…..
교사로서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싸워가고 있습니다.
올한해 참 많이 흔들리고 많이 힘들기도 하였지만 또 내안에 많은 고민을
담아 그 고민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지내려 합니다.
올해 아직 어린나이에 전교조 분회장을 맡아 일년의 시간을 지냈습니다.
분회장이라는 자리가 제가 감당하기 참 어려운 자리다보니 많은 분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회장으로서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이곳저곳에서 교장선생님과 뜻하지 않은
마찰도 빚게 되었고, 제도의 무능함에 대항하여 싸우다보년 어느순간
그 화살이 동료교사들을 겨누고 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좀 더 의젓하고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설 수 있는 한사람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올 한해 늘 저를 따라다니는 상념이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체육대회 예선과 사일간의 체육대회 예행연습을 마치고
아이들 모두 운동장에서 집으로 바삐 돌아갈때 투덜거리는 우리반 아이들
교실에 모아놓고, 내일 체육대회때는 선생님이 바빠서 너희를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고, 모레는 선생님이 너희곁을 떠나 잠시 다른곳에서 수업을
하고 올것이다. 하루를 그렇게 너희곁에 머무르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아무일없이 하루 잘 보내달라면서 고개를 들고 아이들 보는순간
영문도 모르고 왜 학교 안오냐면서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 보는순간
그냥 왈칵 눈물이 흘렀습니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아이들도 저도 당황하고
저를 달래면서 따라우는 녀석들 때문에 울지말라면서 달래다 또 울고….
괜히 심각해진 상황을 어떻게 수습 못하고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저희가 할게요 하면서 여럿이 달려들어 함께 청소를 해주고 아이들이
돌아갔습니다.
선생님 내일 아무일 없이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체육대회 하는날 새벽부터 운동장에 라인그리고 있을때 우리교실엔
선생님 사랑해요, 우리반 화이팅하는 글자가 새겨져있고, 선생님 생각해서라도
우리 열심히 하자면서 줄다리기하다 손이모두 까져버린 녀석들을 보면서
혼자 멍하니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저희 선생이 하는 일이라면 늘 앞서서 무작정 믿음을 주는 아이들이라
그렇게 대견스럽고 고맙고, 하지만 “건강히 다녀오세요, 분위기가 않좋던데”
하면서 내 손 꼭 잡아주던 녀석들 보면서 이 아이들이 내일부터 보수언론을
통해서 터져나오는 그 많은 왜곡들을 접하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것인가
내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과급 반납을 주도하면서 내 돈이라 우기는 몇몇 선생님과
연공서열대로 했으니 당연한것이라 말하는 장감들과…..
그들을 설득하고 싸울때도 당당할 수 있었던 내가…..
우리의 연가투쟁은 정당한 것이라 말하고 분회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내가
아이들 앞에서는 나 내일 너희 곁을 떠나도 되는것일까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한참을 텅빈 운동장에 서있게 되었습니다.

여의도 찬 바닥에 앉아서 날을 샐때 내 몸을 데워주던것은 한잔의 소주보다
저를 걱정하면서 새벽까지 문자를 날려주던 우리반 녀석들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열심히 싸워서 내가 정말 열심히 싸우면 더 좋은 교육환경과
더 올바를 교육제도를 가지고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으리란 신념으로
그렇게 버티어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이곳저곳에서 너무도 엉뚱한 시각으로 매도당할때
교사는 무조건 학생들 곁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답답한 논리만이 되풀이 될 때
참으로 난감하고 곤혹스럽습니다.
어제는 한 아버지가 제게 편지를 보내 교사가 신념을 가지고 교육하면 그만이지
성과급의 많고 적음이 무슨 문제가 될것이냐는 글을 보내셨습니다.
국가의 정책이 잘못되더라도 교사는 자리를 지켜 교사 본연의 자세를 지켜달라는 당부를 보내시기도 하였습니다.
한 어머니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상담하는 자리에서 아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1천만원드는 자립형 사립고라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선생님의
이야기는 알겠지만 남자니 성공해야하고 선생님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내가 싸우고 있는 이 과정이 소수의 아이들에게 소수의 부모들에게는 그렇게
못마땅하고 억울한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힘있는 소수의 20%에게는 거리에 나앉은 교사들이 교사임을 포기한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려는 자질도 없는 사람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저는 그리고
저와 함께 그 자리에 모여있던 많은 선생님들은 자신의 몸이 망가지더라도
우리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그 자리에서 단 한번도
내 경제적 지위를 더 올려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외곡된 시각이 세상을 다 뒤덮어 울려퍼져도 80%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교사로서 진실을 추구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아이들도 그 20%의 아이들도
그 마음과 진실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너무도 답답하고 가끔씩 속이 상합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싸우고 왔지만 학교는 여전히 바뀐것 하나 없고
오히려 나때문에 우리때문에 수업을 못한냥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평소에 수업연구한번 하지않고, 공문서 만드느라 수업도 미루던 사람들도
수업권 운운하면서 마치 자신은 학교를 지키느라 고생한듯 참으로 염치없는 뻔뻔
한 얼굴로 독설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교장선생님은 유감스럽다며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것처럼 몰아붙이며 추후에 이
런일이 생기면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듯 은근한 협박또한 잊지 않습니다.
어느곳의 교장들은 경찰서에가서 어디에 쓰일지도 모르는 조서를 작성하는데
협조하고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제 스스로의 권위를 깍아먹는줄도 모르기도 합니
다. 자신들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하지만
목졸림을 당하는 사람이 목을 조르는 사람의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입니까.

그래도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평소처럼 수업에 전념하고, 미루어놓은 원서 쓰고, 아이들 틈나는대로 불러서 상담하고………..
몸이 무너질것처럼 힘이들지만 이악물고 버텨내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고마운것은 늘 아이들입니다.
보수언론과 교육관료들 가끔 엉뚱한 학부모님들의 독설에도 내가 굳건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저를 믿고 따라주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다짐합니다. 내몸이 갈갈이 찢기는 한이있어도, 교직 3년만에 해직을 당하는 한이있어도 결코 너희들에게 이렇게 잘못된 교육제도를 덮어쓰게는 하지 않을것이라는 다짐을 말입니다.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내년부터는 하루하루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내가 힘껏 싸워야할때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선생님들도 힘내시고 늘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과 보람과 행복 느끼시기 바랍니다.
페다고지가 예방이 있어 늘 돌아와 잠시 힘을 얻고 갈 수 있음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안녕히계세요

불청객
형석

— 하이텔에서 퍼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