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는 교장 자격증이 없다고 합니다. 일부 선진국 학교에서는 우리
나라 학교운영위원회 같은 기구에서 심의하여 학교장을 맡을 만한 사람을 초빙한
다고 하네요. 물론 초빙되는 사람이 반드시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도 아닙니다. 그 학교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아무나 좋다는 뜻이지요.

현행 학교장 임명제에서는 교사들이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할 즈음에, 젊었을
때 품었던 교육 소신을 버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보다 윗사람을 더 소중
히 여겨야 승진하기 쉬우니까요.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학부모와 학생이 직접적
으로 피해를 보는 셈이지요.

교장 선출 보직제로 바뀌면 여러 갈등이 있을 겁니다. 어느 제도나 부작용이 있
으니까요. 그러나 현재 학교운영위 활동 상황을 보면, 제도가 좋고 나쁜 것보다
구성원 수준에 따라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원뜻을 살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
다.

그러므로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제도적으로 최소화하고, 구성원이 슬기롭게 운영
한다면 우리 나라라고 못할 것도 없지요. 예를 들어 지금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장과 총장을 맡았다가, 임기가 되면 다시 평교수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지
요. 그래서 어느 교수는 공부하고 연구할 새가 없다고 총장 자리를 일부러 마다
합니다.
우리 나라 교사들이 교장을 번갈아 가며 맡는다면, 나이 들어서도 학생들 가르
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길 테고,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
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 겁니다. 여건이 되면 그 지역 학교장을 뽑을 때 학부모
와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