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십니까? 특히 여자 분들…
자기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어느 신문에
보니 대부분 며느리가 시댁을 싫어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더군요. 90%가 넘는 것
같대요. 그 숫자로만 보면 며느리들은 자기 남편과 아이들이라는 선을 넘으면
시댁 식구는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넣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두 집단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대할 수는 없지요.
요즘 대세가 핵가족 시대라고 하니 사람들 시야가 좁아질 만도 합니다. 그러나
선진국 국민이 남의 나라 장애아를 입양하여 잘 기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고방식이 덜 여문 듯합니다. 말하자면 원래부터 고부 갈등이 있는 것이 아니
라 어쩌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조화하며, 다른 친척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지
를 오랫동안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혼은 서로 편하려고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둘이 사랑하니까 같이 있겠다는
것이고, 불편한 것이 있어도 감내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젊은 남녀가 결혼
하면 그때부터는 배우자의 약점을 보고 살지 말고,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살아야
지요. 사랑하니까 상대방이 지닌 약점까지도 끌어안아야지요. 멀쩡할 때는 같이
살고, 직장에서 떨려 나거나 장애인이 되었을 때 함께 살지 못하겠다면 그 동안
같이 지냈던 것은 사랑해서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지요. 계약서는 없었으나 두
사람이 마음 속으로 적당히 도장 찍고 각자 자기 편하자고 계약하고 살았던 셈이
지요. 경기가 아주 좋지 않을 때 결혼이 늘어난다는 통계도 결혼을 취업 대용쯤
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내의 약점이나 남편의 약점이 모두 부모와 형제입니다. 핏줄은 이성과 논리
로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자기 생각대로 되
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실 겁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은 이리 재고 저리 따
지면서 사랑을 계산하려 합니다. 이래서 부모님이 기분 나쁘고, 저래서 삼촌한
테 잘 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입만 열면 송곳처럼 상대방 약점을 쑤셔댑니
다.
제 주변에 집안 쓰레기를 쓰레기 봉투에 알뜰하게 담는 분이 있었어요. 쓰레기
봉투 이 구석 저 구석을 빈틈없이 꽉 채웁니다. 쓰레기 주둥이를 묶지 못할 만
큼 쓰레기를 채우다가 결국 청테이프로 주둥이를 마무리합니다. 남들보다 두 배
는 알뜰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분에게 쓰레기 봉투를 좀더 넉넉히 쓰라고 충고했습니다. 왜냐
하면 그 분이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를 채울 때마다 “나만 이러면 뭘 해. 나만 뼈
빠지게 고생하는 거지.”하며 가족들을 원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자기가 알뜰하게 살림하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야 할 텐데, 그 분은 쓰레기를 담
을 때마다 식구들을 원망하더군요. 그래서 쓰레기 봉투 몇 장을 더 쓰고, 그 순
간 다른 식구들을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인간 관계는 사랑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남의 가슴에
못을 박으려면 제 가슴부터 못질을 해야한다고 하지요. 사랑하지 않고 미워서 일
부러 상대방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라면 결국 자기도 상처를 받고 있는 셈이지
요. 어른들한테 대들고 따지고 설득하더라도, 그 밑바닥에는 사랑을 깔고 상대방
을 인정해야 서로 상처가 되지 않습니다.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십니까? 이번 설날에 형제 자매들이 모입니다. 그 얼굴
을 한 번씩 뜯어보시면서 이 분은 이래서 좋고, 저 분은 저래서 좋다고 한 번 생
각해 보시지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 보세요. 모
든 고통이 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