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는 개”는 교사가 가야할 길이 아니지요…
요즘 선생님들이 많이 힘듭니다. 개성을 살리는 수업은커녕 옛날 같은 획일적
인 수업이라도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요즘 선생님들 심정이지요. 자기
가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요즘 애들은 그걸 잘 모른다고 실망하지요. 그리
고 인터넷 탓인가, 일본 만화 탓인가 하며 어디서부터 잘못 꼬인 것인지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 합니다.
그래도 힘내세요. 그리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 주세요.
갑자기 짖는 개가 되어 아이들을 호되게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그것은 선생님
이 가야할 길이 아니라, 벽입니다. 사람이 삶의 방향을 바꾸어, 안 하던 짓을 하
기가 그렇게 쉽지도 않아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이라
면 별 효과도 없구요.
아이들을 혼내다 보면 자기 자신에 화가 나게 됩니다. 조금만 잘해주면 언제 기
어오를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학생들한테 가까이 가기도 어려워요. 그러다 보
면 사람 사귀는 것이 즐겁지 않고, “요즘 애들은 혼내야 된다”는 생각이 나중에
부장 교사나 관리자가 될 때쯤이면 “요즘 젊은 교사들에게 잘해 줄 것 없다.”로
고정됩니다. 학생들과 생활할수록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엄격하고, 어디까
지 관대해야 하는지 그 기준도 모호해져 갑니다. 결국 학생들이 말을 좀 안 듣는
다 싶으면 짜증부터 나고, 자기도 모르게 학생들을 대하는 “엄격한” 기준이 점
점 높아지지요.
저는 교직 6~7년 차쯤 되었을 때 상담 교사 연수를 받고, 제가 아이들을 사랑한
다면서 얼마나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나를 깨달았지요. 한 마디로 말해 아이들
을 위하는 척하며, 제가 자기 만족에 빠져 있었어요. 아이들한테 실망한다는 것
도 사실은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는구나”하고 자기 자신에 실망하는 것이었지
요. 그때 제 경험으로 미루어 두 가지만 충고할게요. (기회가 닿으면 상담 연수
를 받아 보셔요. 다른 인간 관계에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첫째는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임
발령으로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그 학교에서 끝내야 합니다. 특히 시
골 학교에서 초임 시절을 보낸 분일수록 시골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좋은 추억으
로 가슴에만 담고 사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늘 그 첫사랑을 기준으로 하여 다음
사랑을 재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사랑이 첫사랑만 하겠어요. 그래도 가슴 속에 남겨 놓고, 현실에서는
잊고 살아야지요. 과거 첫사랑을 못 잊어 지금 같이 사는 배우자를 못마땅해한다
면, 현명한 분이 아닙니다. 첫 학교에서 있었던 학생과 교사의 인간 관계는 전
교직 생활 중에서 한 번뿐인 경험이지요. 지금 아이들을 지금 기준으로 보셔야
제대로 보입니다.
둘째는 학생한테 교사를 맞추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업고 학생과
인문고 학생은 삶의 방식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선생님들은 실업고 아이
들을 (인문고를 졸업하신) 선생님 자기 기준에 맞추시려고 합니다. 그 아이들에
게 맞는, 그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수업을 얼마나 준비하셨는지요? 인문고 아
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애쓰시던 것의 반만이라도 정성을 들이셨는지
요? “형편없는 것들, 수업 준비 안 해도 대충 넘어갈 수 있어.”하며 그 아이들
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요?
게다가 대부분 교사들이 시청각 수업을 하면서 OHP, 환등기, 파워포인트를 이용
하시지만 그때도 학생들을 못 보시더군요. 교실에 사람이 없습니다. 살아 있는
인간끼리 만나지 못하고 그 자리를 컴퓨터나 파워포인트가 차지합니다. 재미있다
는 것도 알고 보면 교사만 신기해 한 것뿐이지요. 그러니 수업이 겉돌 수밖에 없
어요. 끼어 주기만 하면 환등기, 파워포인트, 컴퓨터 없이 공기 다섯 알만으로
도 아이들은 하루 종일 잘 놉니다.
다른 선생님이 쓰신 말이 가슴에 와 닿는군요.
“교사는 짖는 개가 아닙니다. 짖는 개의 역할도 할 수 있는 탤런트라고 생각합니
다. 서투른 연기로 한 가지 역할만을 소화하는 얼굴마담 배우에게는 시간이 흐를
수록 식상하게 마련이지만 조금 못났어도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가지고 다양한 연
기를 하는 배우에게는 언제든 한 번쯤 눈길이 가게 마련이지요. 그러한 노력과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재충전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 교사들의 몫
이 아닐는지요.”
맞습니다. 교사는 탤런트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사는 꾸준히 준비하고 늘
노력하여 남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더군요. 국어로 예를 들면 설명문을 가르치
는 방식이 다르고, 시를 가르치는 방식이 다르며, 고전 어학과 고전 문학을 가르
치는 방식이 다 달라야 하지요. 시를 공부하더라도 시를 감상하는 수업과 시를
짓는 수업 방식이 다르지요. 시를 감상하는 법도 어떤 시냐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니 학생 수준에 맞추라는 것은 수업을 대충하라는 이야기가 아닙
니다. 더 다양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엄격함”을 추구하더라도 사랑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엄격함”이 심
해지면 모두 상처를 입기 쉽지만, “사랑”이 깊어지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넓어
집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엄격함”이라는 메
뉴로만 학생들에게 접근하시면 실패합니다. 그때는 학생이 학교를 거부하는 것
이 아니라, 선생님이 학교를 거부하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