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악의 축’ 발언 사전 조율 ‘의혹’ 제기돼 -펌
이름 : 퍼온 글 ( ) 날짜 : 2002-02-11 오후 12:32:52 조회 : 154
한나라당 정말 부시에게 자문했나?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논란 확산
‘악의 축’ 발언 사전조율 ‘의혹’ 제기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4일 서울발 기사. “부시의 국정 연설 며칠 전 미국 정부가 한국의 제1야당에 자문을 구해 김대중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고 보도했다. ⓒ Financial Times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1월29일)에 잇따른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방미기간(1월22~28일) 동안 부시 측근들과 강경 대북 정책에 대해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권의 논란과 함께 한-미관계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4일 서울발 기사를 통해 “미국 정부가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 며칠 전 한국의 제1 야당에 (대북 정책에 대한) 자문을 구해 김대중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면서 “한나라당과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공유, 한나라당이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북강경책을 기조로 한 한미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누가 언제 어떻게’ 자문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고 있지 않아, 시각에 따라서는 추측성 보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
이 기사에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을 빌어 “우리는 이미 많은 현안에 대해서 부시 행정부와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양측은 북한과 교류하려면 북한이 군축과 핵시설 사찰 허용 등과 같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주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방미기간 중 “야당 총재로는 이례적으로”(이총재 특보 박진 씨의 표현)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차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폴 월포비츠 국방부 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정부 핵심 간부들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을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파괴적인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이같은 보도내용은 당시 이 총재를 수행했던 측근들의 말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이 총재의 이번 방미일정을 주관한 한나라당 박진 특보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이 총재 방미 관련보도는 과장됐다”는 전제하에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미국측이 이 총재에게 특별대우를 해 주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미국 지도부가 이 총재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일보> 1월25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은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의 면담 분위기를 전하면서)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할지 묻는 질문이 많았으며 많은 사람이 이 총재의 전략적 상호주의 입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일보> 1월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남경필 대변인은 이 총재와 체니 부통령의 면담에 대해 “외교적 관례”라고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두 사람이 굉장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대부분의 대화 내용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일치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총재가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자신의 대북정책을 설명하면 체니 부통령이 맞다고 맞장구치는 형식으로 면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는 이 총재의 방미 때 워싱턴 정가 인물들의 면담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홍사덕 의원이 지난 1월 2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1월 워싱턴의 고위관계자들과 만나 본 결과 미 정부는 이미 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것 같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또 서울의 한 미국 외교관의 말을 인용 “(이 총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브리핑이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김 대통령과 그의 ‘햇볕정책’을 버렸다는 인상을 증폭시켰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부시 행정부와 이 총재의 ‘만남’ 이후 나온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은 지난 달 김 대통령이 요청했던 한반도의 긴장 완화 지원요청에 대한 ‘호통(snub)’이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게는 지난 주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악의 축’ 깡패국가로 거명한 부시 대통령의 비난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호통(snub)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 정부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협력해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2월 4일 기사 일부)”
이총재, “한반도에서 현실적으로 전쟁가능성 있다”
한편 이 총재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발언 사전조율 의혹’은 지난달 24일 열린 워싱턴 미국외교협회 한국 담당자들과의 만찬중 이 총재가 행한 발언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확산되고있다.
6일자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 총재는 워싱턴 만찬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이 실제로 높다고 보느냐”는 만찬 참석자의 질문에 “미국인들이 9·11테러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 같은 테러의 가능성이 현실적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당하고 난 후 현재는 미국의 어디에서도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처럼 한반도에서도 전쟁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의 테러가능성보다 높다고 본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6일 “명백한 오보로 정정보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이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이를 일단 수용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이 총재께 몇가지 거듭 묻는다”면서 “차제에 미국에서의 대화록을 전면공개할 용의가 없느냐”고 주문했다.
이어 이 대변인은 “미국 방문중에 이 총재는 김정일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발언을 했고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답방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답방반대 발언이 초당적 협력인지 이 총재께 설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도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상식을 뛰어넘은 발언으로 놀라움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제1야당 지도자로서 근거 없이 그런 엄청난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 근거를 확실하게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어 “이 총재의 발언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만약 한나라당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이 한국 정부를 젖혀놓고 야당과 유착한다”는 논란을 일으켜 부시 방한을 앞둔 정가에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같은 ‘의혹’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 사회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어서 향후 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전문(해석)
한국정부, 미국에 ‘부드러운 접근’ 촉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이 표출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접근을 부드럽게 하고자 어제(3일) 미국을 방문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전통적인 우방관계에 반목이 생겼음을 인정하고, 미국 정부에게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부시의 방한에 앞서 입장을 재고(再考)해줄 것을 촉구했다. 지난 주 입각한 정 장관은 TV 좌담프로에서 “미국 정부가 다가올 서울 정상회담에서 다른 입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게는 지난 주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악의 축’ 깡패국가로 거명한 부시 대통령의 비난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호통(snub)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정부에 한반도 긴장 완화에 협력해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 며칠 전 한국의 유력 야당에 (대북 정책에 대한) 자문을 구해 김대중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한나라당과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에서 공통점을 발견, 한나라당이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평양에 대한 강경책에서 한미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서울의 한 미국 외교관은 “(이 총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브리핑이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미국 정부가 김 대통령과 그의 ‘햇볕정책’을 버렸다는 인상을 증폭시켰다. 한나라당 총재이자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인 이회창 총재는 부시의 국정 연설에 앞서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접견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많은 이슈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와 한나라당은 “대북 관계는 평양이 군축, 핵 시설 사찰의 개시 등에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달려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 대통령은 대북 원조와 투자가 북한에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한층 온화한 접근을 보여왔다. 그러나 김 대통령에게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안겨준 햇볕정책은 북한이 대남 군사위협을 줄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떨어졌다. 한미 양국 정상의 이견은 작년 3월 워싱턴에서 처음 표출됐다.
한승수 외무장관(4일 현재 장관직 유지)은 주말에 미국에 머물며 부시의 방한에 앞서 관계 개선과 공유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 정부는 부시의 발언에 뒤이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약속을 재확인하며 즉각적인 군사행동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북한은 부시의 발언은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원문.
MIDDLE EAST, ASIA-PACIFIC & AFRICA: Seoul urges US to soften approach Financial Times; Feb 4, 2002 By ANDREW WARD
4일 서울발 기사로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Financial Times
South Korea yesterday called on the US to soften its approach towards North Korea as the rift between Seoul and Washington over George W. Bush’s hardline policy towards the Communist state broke out in the open.
Jeong Se-hyun, Seoul’s unification minister, admitted that the traditional allies were at odds over the issue and urged the US to reconsider its stance ahead of Mr Bush’s visit to South Korea later this month.
“I hope that the US side could show a different position during the coming summit in Seoul,” said Mr Jeong, who was appointed last week, during a television chat show.
Last week’s verbal attack by Mr Bush on North Korea, which he listed alongside Iraq and Iran in an “axis of evil” rogue states that sponsored terror and developed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as viewed in Seoul as a snub to Kim Dae-jung, president, who had appealed last month for Washington to help reduce tensions on the divided Korean peninsula.
Washington caused further embarrasment to Mr Kim’s government by consulting South Korea’s main opposition party days before Mr Bush’s speech. The Grand National party (GNP) and Mr Bush’s Republican administration found common ground in their sceptical attitudes towards North Korea, raising the prospect of co-ordinated, hardline policies towards Pyongyang in Seoul and Washington, if the GNP wins next December’s election.
A US diplomat in Seoul said the briefings were routine. But they reinforced the impression that Washington had abandoned Mr Kim and his flagship “sunshine” policy of engagement with Pyongyang.
Lee Hoi-chang, GNP leader and favourite to be South Korea’s next president, held talks in Washington with Dick Cheney, vice-president, Colin Powell, secretary of state, and Condoleezza Rice, national security adviser, ahead of Mr Bush’s State of the Union address.
“We found that on many issues, we were already in agreement,” said a GNP official.
The two sides reached a consensus that engagement with North Korea should be dependent on reciprocal steps by Pyongyang, such as arms reduction and opening of nuclear facilities to inspection.
Mr Kim has taken a more generous approach, ploughing aid and investment into North Korea in the hope of encouraging change in the reclusive country. But the policy, which won him the 2000 Nobel Peace prize, has become unpopular among voters because of Pyongyang’s perceived failure to reduce its military threat against Seoul.
A rift first opened between Mr Kim and Mr Bush in Washington last March, when the pair clashed over policy.
Han Seung-soo, South Korean foreign minister, was in the US over the weekend, attempting to smooth relations and agree a joint position ahead of Mr Bush’s visit to Seoul.
Washington sought to clarify its position following Mr Bush’s comments, reaffirming its commitment to hold talks with North Korea “any time, any place, anywhere” and ruling out imminent military action.
Pyongyang said Mr Bush’s comments were “little short of a declaration of w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