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면 바뀐다
사람들이 모이면 바뀐다.
‘데카브리스트 반란’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일어난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1825년 겨울, 수많은 청년 장교들이 황제의 궁성 앞에서 ‘정치 체제 개편, 농노
해방’과 같은 개혁을 요구하며 시위하였으나, 황제가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실
패로 끝난다. 수많은 청년 장교들이 그 반란에 참여한 것은 러시아가 프랑스 나
폴레옹 군대와 전쟁을 치를 때 전투에 참여하면서, 유럽 사회의 변화를 직접 눈
으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 ‘데카브리스트 반란’을 계기로 러시아 사회
가 엄청나게 꿈틀대면서 나중에는 절대 왕정이 무너지게 된다.
어떤 문제로 사람들이 모이면 그 사회는 바뀐다.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을 두면
변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역사에서도 1960년 419혁명이나 1987년 6월 항쟁을 통
해 그런 사실이 입증되었다. 가까이로는 지난 6월 월드컵 축구 대회 때 응원단
이 길거리에 넘쳐나면서, 월드컵 이후 벌어지는 프로 축구 경기에 활력이 솟고,
축구 수준과 풍토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엄청나게 불어닥친 태풍 루사 때문에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되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집중 호우로 강릉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 이런 고통을 같
이 힘들어하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9월 16일 문을 닫는다. 이 위원회는 그 동안 군
대, 교도소, 국정원, 기무사에서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자살로 처리된 사건 등을
조사해 진실을 밝혀 왔다. 이 위원회가 없어지지 않고 강력하게 활동할 수 있도
록 하는 운동에 사람들이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지난 5월에 어느 장애인이 전철역에 있는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또 떨어져 죽었
다. 장애인들이 그렇게 자꾸 어이없게 죽을 수밖에 없는지, 장애인 단체 대표들
이 무엇을 요구하며 단식 항의하는지를 사람들이 눈여겨보면 좋겠다.
지난 6월에는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 우리 나라 사람이 죽
었는데도 왜 가해자를 우리가 재판할 수 없는지, 이 땅에 미군이 왜 주둔하며 주
둔하려면 어떻게 주둔해야 하는지를 사람들이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보면 좋겠
다.
그리고 어떤 언론사가 정치 불신을 조장하여 투표하고 싶은 마음을 싹 가시게
하는지,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나라에 얼마나 있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느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사람들에게 제대로 사는 법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좀더 두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