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정체를 알고 싶다

제 목
우리 아이 정체를 알고 싶다
작성일
2002-10-21
작성자

우리 아이 정체를 알고 싶다

언젠가 제가 학교에서 학생부장으로 근무할 때 강적(?)을 만났어요. 고2 남학
생이었는데, 그 애는 교사에게 잘 대들고, 학교 규칙을 나몰라라 하고, 결석을
밥먹듯이 했지요. 나중에는 저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청소를 시키
면 도망갑니다. 교사가 지켜 서서 먼저 청소를 해야 마지못해 따라 하는데, 잘
한다 싶어서 돌아서면 다시 또 도망갑니다. 나중에는 누가 누구에게 벌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대요. 제가 학생부장이며 남교사인데 이 정도이니, 다른 교사한
테는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러다가 복지관에 데리고 갔어요. 제가 그 아이에
게 지쳤어요. 그 아이 꼴도 보기가 싫었습니다. 복지관에 떼어놓다 시피하고 돌
아섰습니다. 복지관 선생님들도 못 다루겠다고 하면 나중에 퇴학시키려고 했습
니다.

그런데 그 애를 복지관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기를 한 사흘쯤 했는데 애가 조금
씩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보여요.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결은 간
단했어요. 복지관 선생님들은 아이에게 무조건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만은 아니
더군요. 적성 검사를 하고 아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정말 진지하게 상
의했습니다. 이 아이는 항공기 정비에 소질이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런데 자기가 현재 놓인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여, 나중에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정비하며 살자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가 제일 답답한 셈인데, 자기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잘하
는 것도 없는데도 학교와 어른들이 무조건 공부를 잘하라면서 들볶으니까 그 학
생은 그런 것들에 반항했던 것이지요. 뒤늦게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비
행기와 자동차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그 애는 학교에서 다
른 공부는 포기해도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기계 부품이 거의 대부분 영
어로 되어 있어서, 지금 영어 공부를 해놓아야 나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잘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애가 생활 태도를 바꾸었던 것이지
요.

그 일로 제가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부모와 교사들은 애 소질과 현실을
생각지 않고 어른들 기준에 맞추어 아이들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
다. 아이들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지
요. 그런 애를 탓하기 전에 그 애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일러주고,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청소년 전문가와 상의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뒤로 아이들이 학
생부로 끌려오면 반성문 100장을 쓰라고 하지 않고, 백지에 자기 인생을 설계해
보라고 했어요. 효과가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도 실천할 수 있는 목표가 생기
면 그에 맞추어 자신을 바꾸더라구요.

저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어떤 때는 우리 부모님이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
다. 왜정 시대와 육이오를 거치면서 어떻게 7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셨을
까 하고 말입니다. 지금은 교사를 그만 두고 시간이 넉넉한데도, 우리 애에게
손길이 미치지 못합니다. 어쩌다 관심을 보인다 해도 애가 몇 시간씩 컴퓨터 앞
에 앉아, 게임이나 채팅에 매달릴 때 “너, 공부는 언제 할거냐?”같이 핀잔을
줄 때이지요. 교사였으면서도 아직도 우리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잘 모릅
니다. 물론 학교 공부로 애를 들볶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기가 쉽지는 않습
니다. 그러나 공부해서 성공하는 애도 있고, 그냥 우리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사
람도 있을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부모인 내가 우리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를 늘 고민합니다.
아이에게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애도 자기의 소질과 가
능성이 어떤 쪽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테니까요. 그러니 부모님들도 집에 있
는 아이들한테 실망만 하지 마시고, 텔레비전이나 보고 컴퓨터 자판만 두들기
는 놈일수록 지금 당장 복지관에 데려가 보세요. 전문가와 상의하시면 부모와
애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놈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부모인 내가 대처해도 대처할 거 아닙니까? 저도 말 나온 김에 조만간 우리 작
은 애를 복지관에 데려가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