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청소년의 색깔을 찾아..
부천 청소년의 색깔을 찾아..
– 부천 청소년의제 보고서 출판을 축하하며
시어머니가 살아 생전에 며느리를 못미더워 해도, 나중에 그 며느리도 시어머
니 못지 않게 살림을 잘 꾸려갑니다. 그것이 순리이지요. 그러므로 오늘날 기성
세대가 청소년을 제대로 믿어주기만 하면, 나중에 그 청소년들이 자라 기성세대
를 딛고 우리 사회를 더 잘 꾸려나갈 겁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정부 기구인데,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며 청소년
들을 위해 여러 사업을 벌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수혜 당사자인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없는 곳입니다. 여러 유해 환경에서 청소년을 믿지 못해 보호한다는 발
상을 대부분 청소년들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 하지 마라’부
터 ‘이런 것 만들어주면 좋겠지’까지 모든 기준을 어른들에게 맞추어, 청소년들
에게 이런 결정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다는 겁니다.
즉, 오늘날 기성세대는 청소년을 인격 주체로 보지 않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라서 보호하고 통제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말하자면 오늘날 기
성세대는 1919년 고등학생이었던 유관순의 판단과 행동은 의미를 크게 부여하면
서, 미군 탱크에 깔려죽은 두 여중생 죽음을 요즈음 고등학생들이 대대적으로
추도하는 것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이 83년 전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속에서 삶의 의미와 목표를 잘 이해하고 사는데도 말입
니다.
부천 청소년들도 대부분 이런 상황 속에서 자기가 생각하고 판단한 것을 자유
롭게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 가정과 학교에서는 여전히 대학 진학과 야
간 학습으로 학생을 옥죄며, 사회에는 아직도 원칙과 기준도 없이 흔들리는 것
이 많습니다. 많은 부모가 스스로 기준을 정해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할 뿐
입니다.
그러나 다행이랄까, 부천시 일각에서 청소년을 위해 기성세대가 다 챙겨주어
야 한다는 타성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어른들은 우리 지역 청소년
의 가능성을 믿고 청소년 생활의 실태, 문제점,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청소년 스
스로 찾아볼 것을 권했습니다. 이것은 넉넉하고 풍요롭지 않고, 단순하며 소박
하더라도 청소년이 삶의 주체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기성세대 일
부에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지요.
<청소년의제>는 그런 정신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많
은 청소년들이 모여 부천 지역 청소년들의 색깔을 찾겠다고 지난 1년을 열심히
뛰었습니다. 이제 그 흔적을 모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보고서가 계기가 되
어 이 뒤에 낼 보고서에는 좀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한 흔적을 담았으면 좋
겠습니다.
부천 청소년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모로 배려하고 기다려주신 분들
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분과별 지도교사를 자청하여 부천 청소년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신 분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