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전성시대
광고의 전성시대
TV 광고는 광고주의 입장에서 보면 상품의 효과적인 선전매체다. 그들은 시청
자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겨 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며 과대 포장, 허
위 선전을 하기도 한다. 또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지나친 감각 위주
의 영상을 만들어 보는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청자들은 광고가 없으면 TV가 재미없어질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각 매스컴을 통해 홍수라 할 만큼
넘치는 광고와 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태도도 긍정에
서 비판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사람이 광고의 필
요성과 흥미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광고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도 하며, 한편으로는 경제 활동에 있어서 이미 하나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광
고의 큰 영향력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광고는 대중을 바보로 만든다는 부정적 인식도 역시 과반수를 넘어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양면성을 지닌 광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TV광
고의 재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답했던 층(여성, 20대, 고학력)일수록 광고가
대중을 바보로 만든다는 데 더 동의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대체적으로 정보 추구 욕구가 높은 집단일수록 광고에 대해 비우호적이다. 이
러한 현상은 우리 국민들에게 아직까지 광고가 정보의 일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광고는 제품을 많이 팔리게 함
으로써 제품의 가격을 오히려 싸게 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절대다수가 그렇
지 않다고 응답하는 실태에서 그 일면이 나타난다.
갤럽의 93년 조사에는 없었던 항목으로 92년 <광고에 대한 태도조사>에서 ?광
고에는 허위. 거짓이 많다?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한 사람이 9.0%인데 비
해 그렇다는 사람이 61.3%에 달함으로써 실제 광고 내용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공보처가 제시한 광고의 언어 사용 기준을
보면 광고의 내용이나 어법 등에서 과장과 잘못된 부분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
다.
결국 CF 기술의 발달과 막대한 광고 제작비의 투입으로 광고 자체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광고 내용으로
의 신뢰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광고의 내용에 대한
신뢰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중앙일보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같은 제품이면
광고를 많이 한 제품을 고른다’거나 ‘광고의 내용은 믿을 수 없어도 광고를
많이 한 회사의 제품이 신뢰가 간다’는 태도를 이끌어 냄으로써 소비를 창출하
는 데는 일단 성공하고 있다. 이것은 광고가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일반 사
람들의 의식과도 일맥 상통하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인 트렌드?, 실록출판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