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25. 옷장에 있는 돈을 봤다며 그 돈을 달라고 하면…

제 목
문제25. 옷장에 있는 돈을 봤다며 그 돈을 달라고 하면…
작성일
2000-03-29
작성자

문. 생활 빚이 있어 집안 형편이 어렵습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아이가 ‘용돈을
올려 주세요. 너무 적어요. 옷장에 있는 돈 다 봤어요.’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빚이 있다고 솔직히 말한다.
② 무슨 용돈을 그렇게 많이 쓰냐고 화를 낸다.
③ 나중에 올려 준다고 약속한다.
④ 집안 일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해설) 자녀들이 자랄수록 키우기가 점점 힘들다는 것을 느끼시죠? 특히 고등학
교 3학년 학생이 있는 집은 ‘입시 전쟁’ 때문에 온 가족이 ‘고3병’을 앓습니다.
공연히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짜증을 부리고, 웬만한 일은 쉬쉬 비밀로 하고, 서
로 눈치껏 움직입니다.

따지고 보면 당사자인 학생보다 부모님들 마음 고생이 더 큽니다. 누가 말하기
를 요즈음은 ‘자식이 상전’이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공부한다고만 하면 부모들
이 ‘오냐오냐’ 하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공부합네’ 하며 부모를 머슴 부리듯 한
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애들 탓할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한 식구로서 가족 안
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어른들이 아무 것도 시키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
떤 어른들은 애가 공부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명절날에 고향에 가시지도 않더군
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집안 어른에 대한 예절이나 사람 사는 도리 같은 것만 아
닙니다. 아이들이 제 방 치울 줄을 압니까, 일요일에 제 운동화를 빱니까, 손님
이 오셨다고 사과를 깎아 내옵니까? 부모가 없으면 동생을 잘 데리고 놀아야 할
텐데 오히려 동생을 울립니다.

심지어 성인이 되어 결혼하기 전까지 가장 기본적인 생활 습관조차 혼자 해본
적이 없습니다. 남자애든 여자애든 밥이며 빨래는 당연히 엄마가 하는 것으로 알
죠. 그러니 어른들한테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아이들이 발만 동동거리고 맙니
다. 부모가 평소에 아이들 몫을 일러준 적이 없고, 아이들에게 시킨 적이 없으
니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다 결국 나중에는 부모나 아이들이 서로 힘들어하더군요. 아이들이 커가면
서 아이들이 해야 할 몫이 점점 느는데 그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하려 하니까 힘
듭니다. 요즈음엔 학교에서 내준 ‘수행 평가’ 숙제를 부모가 대신하는 경우도 늘
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뭘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
들어합니다.

아이들이 몹시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것이 부모 심정이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러니 아이가 죽을 때까지 부모가 끼고 살 수 없다
면 언젠가는 아이들이 홀로 서게 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작은 일에서 홀로 서게 하십시오. 부모님이 힘들 때는 자기들
끼리 라면이라도 끓여 먹게 하십시오. 물론 이것저것 자상히 일러주어도 아이들
이니까 어른들이 한 것처럼 깔끔하게 처리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너희들은 몰라도 돼, 공부나 해.’ 하지 마시고 집안 돌아가
는 상황을 이야기하십시오.

아이들이 뭘 모르는 것 같아도 아이 나름대로 소견이 있습니다. 막상 집안이 어
려우면 일시적으로 불안해하다가도 이내 심지가 굳어집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집
안 어려운 애들이 철이 일찍 든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가족들이 서로 한 가족이라는 믿음을 갖고 제 몫을 다합니다. 어머
니나 아버지 한 사람이 집안 일을 모두 걸머지지 않아도 됩니다. 세숫물을 버릴
때마다 식구들이 손바닥으로 세숫대야를 한 번 쓱 훑고 버리면, 누가 시간을 내
어 따로 세숫대야를 힘들여 닦지 않아도 가장자리에 때가 끼지 않는 이치와 같습
니다.

답. ① (부모가 아이들에게 집안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자기가 가족
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부모가 자기를 믿는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