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27. 고등학생인 애가 술먹고 게걸대는데….

제 목
문제27. 고등학생인 애가 술먹고 게걸대는데….
작성일
2000-04-1
작성자

문.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밤늦게 들어 왔
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① 누구랑 마셨냐고 물어본다.
② 아무 소리 안 한다.
③ 내쫓든지, 패주든지 한다.
④ 콩나물국을 끓여 준다.
⑤ 술을 더 먹인다.

(해설) 여학생 중에 가끔 머리를 박박 깎고 학교에 등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애 머리카락을 다 잘라 놓았기 때문입니다. 애 하는 일이 못마땅하니
까 아버지로서는 충격 요법을 쓴다고 했겠지만, 그 다음날 가발을 사주어서 학교
에 보낼 요량이면 차라리 처음부터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엔 부모가 다 자란 자식을 아주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하는 경
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어떤 부모님은 마흔이 넘은 자식을 패기도 합니다. 오래
전 대학 교수인 아들이 계획적으로 자기 친아버지를 죽여 사회에 충격을 준 적
이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가 남들한테는 관대했지만 아들에게는 혹독하게 대했다
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나라 부모님들은 아직까지 자식들을 썩 믿는 편은 아닌 것 같
습니다. 부모님들은 나이 먹을수록 일거리가 점점 늘어 몸이 고달프다고 하면서
도 손에서 놔야 할 일을 놓지 않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눈이 어두워지고
총기가 떨어지는데도 곳간 열쇠를 꼭 쥐고 이 일 저 일 모두 참견해야 하니 힘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곳간 열쇠를 넘겨주고 그 일에서 벗어나면 아주 편할 것 같은
데, 열쇠를 넘겨주는 순간 자식이 재산을 다 털어먹을 것 같아 불안해하고 대개
는 권한을 넘겨주지 않습니다. 자식이 못 미더워서 죽을 때까지 열쇠를 끼고 있
습니다. 죽어도 마음 편히 눈을 못 감는다고 하지요.

나중에 그렇게 열쇠를 넘겨받은 자식은 그 재산을 어떻게 쓸 줄을 모르니까 정
말 그 재산을 다 털어먹더군요.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때 곳간 열쇠를 넘겨받고
재산 관리법을 이것저것 자상히 배웠으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부모들이 애가 걸레를 들고 제 방 훔치는 것을 썩 못마땅해하는 것처럼, 환갑
넘은 아들이 무슨 일을 해도 구십 먹은 아버지는 못 미더워 하게 되어 있습니
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모가 자기 자식을 영원히 안 믿으시면 어떡합니까? 하늘
아래 부모조차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 자식은 모든 일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
다.

부모도 나이를 먹으면 그 나이에 맞게 주변을 정리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
니까 갈수록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자식들은 나이를 먹어도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됩니다.

나이 먹은 부모가 ‘내가 없으면 우리 집이 안 돌아간다.’고 집안을 흔들수록 집
안이 속으로는 더 곪는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부모님들께서는 자식을 믿고 아이
들 나이에 걸맞게 그때그때 일을 하나씩 맡기셔야 합니다.

자식에게 의무만 강요하지 마시고 그에 따른 권리도 주십시오. 뒤에서 묵묵히
지켜 주셔야 그게 나이 먹은 부모의 도리이지요. 늙어서도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아주 큰 잘못입니다. 자식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장
애가 되기 쉽지요.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어떻게 일을 맡기셔야 할지 모르시는 분은 길을 막고 물
어 보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친한 친구 분들에게 여쭤 보세요. 그 분들이
충고해 주시는 대로 따르면 됩니다. 옆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이 틀림없이 순리이니까요.

답. ④ (멀쩡한 아이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때가 많은데, 술 취한 아이를 데리
고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까? 속으로야 패죽이고 싶겠지만, 술이 깰 때
까지 기다리셔야지요. 나중에 이야기할 때도 어떤 이유로든 때려서는 안 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