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39. 애가 1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달랍니다..

제 목
문제39. 애가 10만원짜리 운동화를 사달랍니다..
작성일
2001-01-7
작성자

어느 날 애가 들어오더니 다른 애들도 다 신고 있다고 하며 10만 원이나 하
는 운동화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운동화를 못 사줄 형편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
니까?
① 지금 돈이 없으니 나중에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② 그 비싼 운동화가 학생에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설득한다.
③ 10만 원이면 얼마나 큰 돈인 줄 아느냐고 하며 아이를 혼낸다.
④ 운동화를 사주고 싶은데, 지금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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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부분 경제적으
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친구와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도, 돈이 전혀 없고 시간도 없다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소망이라도 비극일 수밖에 없지요.

언젠가 어느 부부를 보니 남편은 자기에게 돈이 없어 아내가 불행해졌다고 하
고, 아내는 남편 잘못 만나서 고생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그 남편은
아내 앞에서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늘 기가 죽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그 남자는 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결혼한 것이고, 그 여자는
한 남자에게 기대어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한 셈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 부부
는 형편이 좋지 않다 싶을 때면 한 쪽은 계속 미안해하고, 한 쪽은 계속 투덜거
리며 살 겁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이런 남편처럼 돈 때문에 아이들 앞에 당당히 서지 못합
니다. 아이들 옷이며 장난감이 쓸 만하다 싶으면 몇 만 원에서 몇 십만 원씩이
나 합니다. 다른 집 부모들은 어찌 그리 돈을 잘 쓰는지 우리집 아이 보기가 미
안할 때가 많습니다.

하다못해 돈 안 들이고 아이들과 말동무라도 해주고 싶어도 마음으로만 끝납니
다. 그런 부모들은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한가하게 아이들과 노닥거
릴 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부모님들은 세상에 공평치 못한 부
분도 많다 싶고, 내가 부모가 되어 한두 아이조차 제대로 뒷바라지 못하고 사는
구나 싶으시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부모님이 가족들 고생시키려고 ‘일
부러’ 못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경제적으로 힘들다 해도 부모님이 아이들
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그 말에 익
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을 부모 잘못 만나서 고생한다고 부모 탓
으로 돌립니다.

그렇게 되면 앞에서 이야기한 부부처럼 모두 불행해지는 셈이지요. 실제로는 부
모가 자식을 열심히 챙기고 있는데도, 부모는 미안해하고 자식들은 투덜대고 살
테니까요.

가족이란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힘든 것을 참고 조금씩 양보하는 것입니다. 가
족이란 것이 이해 관계를 따져 호강하려고 만난 사이는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들
을 넉넉히 뒷받침하지 못하지만 부모님이 하늘 아래 부끄러운 것이 없이 열심히
살고 있다면 아이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애들을 조금 잘 먹이지 못하고, 조금 잘 입히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부모
그늘 속에서 아이들이 착하게 크면 되지요. 때로는 아이들이 철 들지 않아 가끔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도, 나중에는 그런 애들이 부모님께 진짜로 효도합니
다.

열심히 사는 모습처럼 아름다운 것도 없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제 부모를 존
경하기로 하면 필요할 때마다 돈을 척척 내주던 부모보다 자기네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를 더 존경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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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④
(①번은 그 순간만 넘긴 셈이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자식을 이기는 부
모가 없기 때문에 언제고 반드시 사주셔야 합니다. 만약 약속 기간이 마냥 길어
지면, 다른 일로 부딪쳐도 아이들은 ‘언제 나에게 뭐 사준 적 있냐?’고 말할 겁
니다. ②번은 대개 강요로 끝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다음부터는 억지
를 부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