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12. 다른 엄마들이 담임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하면..

제 목
문제12. 다른 엄마들이 담임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하면..
작성일
2001-01-7
작성자

문.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학급 반장으로 뽑혔습니다. 학급 임원으로
뽑힌 아이 엄마들이 담임 교사에게 단체로 인사하러 가자고 합니다. 어떻게 하시
겠습니까?
① 거절한다.
② 점심 식사 정도만 같이 한다.
③ 돈만 내고 참석하지 않는다.
④ 대표로 돈을 걷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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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태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한테 잡부금
을 공공연하게 걷고 있습니다. 말로는 나라에서 정한 “학교발전기금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걷는다고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맡겨놓은 상태에서 대부분 학부모
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을 거절하지 못해 내놓는 것뿐입니다.

게다가 일부 학부모 대표 중에는 학교장이 시키는 대로 돈 걷어 주는 것을 학부
모의 도리로 여기고, 그래야 학교가 발전하고 자식이 잘 되는 것으로 착각하여
떳떳하지 못한 일에 용감하게 앞장섭니다.

옛날에 나라 살림이 어려울 때 학부모들이 조금씩 성의를 모아서 학교 살림을
챙겨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상을 사주거나 교실 커튼을 달아주셨지요. 심지
어 어떤 곳에서는 학부모들 자신도 살림이 넉넉지 않으면서 모두 조금씩 돈을 내
놓아 땅을 사고 학교를 지어 나라에 기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방식이 정상적인 것이 아니며, 떳떳하게 쓰기도 어려우
니 ‘비공식적으로’ 돈을 걷지 말라는 겁니다. 그래도 학교를 도와주고 싶으면 투
명하게 돈을 내고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이지요.

원래는 헌법에서 밝힌 대로 국민들이 교육받을 의무가 있다면 교육에 대한 지원
은 당연히 나라가 감당해야 할 몫이지요. 그런데 오늘날까지도 나라에서 교육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학부모들이 나라에서 교육 부분에 돈을 쓰도
록 나서야 합니다. 일이 급하면 급할수록 지금이야말로 원칙을 짚어나가야 할 때
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학교에서 요구하는 대로 학부모 대표들이 돈을 걷어 학교에
보태줘 버릇하니까, 정부에서는 아예 교육 예산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맡겨 놓은 상태에서 답답하면 먼저 돈을 내놓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같이 공교육이 황폐해진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러니 해방 이후 지금까지 무슨 진흥회니, 무슨 후원회니 하여 학부모들이 수없
이 돈을 걷어 학교에 주었지만 공교육을 ‘제대로 후원하여 제대로 진흥시킨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삽시다. 그리고 쓸데없이 지출되
는 예산이 있는가 찾아내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
를 감시합시다. 그런 예산이 있으면 교육 쪽에 좀더 투자하도록 압력을 넣어야지
요.

쉬쉬하며 돈을 걷어 주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잘되면 얼마나 잘되겠습니
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요직에 앉아 있으면 출세한 것인지요? 그런 아이가 나
중에는 더 큰 것을 탐내어 부모한테 배운 대로 대충 ‘검은 돈’을 쓰다가 구속되
곤 합니다. 말하자면 지금 일부 학부모 대표는 돈 써가며 자식 망치는 일에 앞장
서고 있는 셈입니다.

옛말에 작은 것을 챙기려 하다가 큰 것을 잃기 쉽고,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으로 아이들 미래를 묶어
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다가올 자기네 미래조차 부모가 옛날
에 하던 방식대로 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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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① (오늘날 학급 반장 임무라는 것이 교사를 보조하는 것뿐입니다. 벼슬이
아닙니다. 교사가 오히려 좋은 반장 만난 것을 고마워해야지요. 반장 엄마가 담
임 교사를 일부러 안 만날 것도 없지만, 일부러 만날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