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우연
제 목
무서운 우연
작성일
2000-03-15
작성자
무서운 우연
황동규
간호사도 다녀가고 모두 인사하고 자리를 뜨자
아버지가 물었다.
“뉘기신데 다들 갔는데 남아계시지요?”
그대는 대답했다. “저는 맏아들입니다.”
“나에겐 당신같은 아들 없는데요.
여하튼 감사합니다.
말씨 귀에 익은데 혹시 고향이 어디시죠?”
“경남 거창입니다.”
“아 나하고 고향이 같군요.”
“제 출생지는 함경남도 길주 대택이구요.”
“대택, 내가 오년 동안 역장으로 있던 곳.
사월 중순부터 큰 눈 내려 사방 막막히 막히던 곳.
동향인이 그 막막한 곳에서 태어나셨다니,
참 우연이란 무섭군요.”
<작가 노트>
작년 이상택 형이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간호할 때 초 잡아 두었
던 시이다. “우연”이라는 인간 관계의 날줄을 치자 그와 아버지 사이의 우습고
도 슬픈 대화가 마음 가까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