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6학년 담임이 학부모인 나에게

제 목
(편지) 6학년 담임이 학부모인 나에게
작성일
2000-03-12
작성자

개학하고 며칠 안 되어 초등학교 6학년인 밝은누리가 선생님 편지라고 하면서
유인물을 내놓았는데, 위아래 조그만 글씨가 있고, 제목은 ‘가정으로 보내는 첫
번째 글’이었다. 나도 교사로 있지만, 학부모에게 보내는 편지치고는 제목이 상
당히 도전적이었다.
‘첫 번째라니, 그럼 두 번째나 세 번째도 있다는 소리네….’
그러나 짧은 글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장에는 ‘우리 반 6학년 1학기 반가 가사’라고 하여 노래 여덟
곡 가사를 정리해 놓았다. 거기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요 ‘아기 염소’도 들
어 있고, 밝은누리가 좋아하는 ‘여름 안에서’도 있었다. 나머지 곡은 ‘조약돌,
가장 예쁜 손, 예쁜 아기곰, 꽃처럼 하얗게, 가재를 찾아서, 머피의 법칙’이다.

우리 애 생활 태도가 요 며칠 사이에 아주 달라진다 느꼈더니, ‘그래, 좋아하
는 사람이 생겼구나.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났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
간 뒤에도 아이들한테 틈틈이 전화를 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니,
그 정성이 예사롭지 않다.

<편지 원문>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6학년 1반 우리들의 얘기들. 오늘도 만들어 갑니
다.

가정으로 보내는 첫 번째 글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6학년 1반에 교실지기가 되어 새 천년의 새 학년을 함께 호흡해
야 할 교사 김동우입니다.
모든 것이 새로움으로 설레일 무렵, 저 역시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에 설레임
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6학년은 아이들의 초등학교를 마무리져야 할 중요한 시간이므로 저뿐만 아니
라, 아이들도, 부모님께서도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흩어져있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우
길 소망합니다.

저 역시, 이 곳 상도초등학교에 온 지, 5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
께 상도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해야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듯 싶습니다. 부모님
과 저, 모두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고민하고 뛰어야겠지요.
감히, 이 아이들을 가장 사랑한다고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
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관심이 때론 꾸짖음으로, 때론, 칭찬과 격려의 목소리로 표현되겠지요. 그
표현이 일시적인 , 감정적이 아닌,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어루만지
어 아이들의 발전된 변화의 조그마한 계기가 되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친구를 아껴주고, 그로 인해 저도 행복하기를 간절
히 그려보며 오늘 짧은 인사의 글을 대신하겠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 . . . .

2000년 3월 1일 밤 6학년 1반 담임 김 동 우 올림

2000년 3월 2일부터 함께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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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에서’ 가사

언제나 꿈꿔온 순간이 여기 지금 내게 시작되고 있어. 그렇게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을 넌 받아 주었어. 내 기분만큼 밝은 태양과 시원한 바람들이 내게 다가와
나는 이렇게 행복을 느껴.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네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같은 시간 속에 이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난 좋아. 행복한 미소에 네 얼굴
나 더 이상 무얼 바라겠니? 저 파란 하늘 아래서 너와 난 여기 이렇게 사랑하고
있어.. 나는 이렇게 행복을 느껴. 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
에는 네가 있어 환한 미소와 함께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야.

더 이상 슬픔은 없는 거야 지금 행복한 너와 나 태양 아래. 우린 서로가 사랑하
는 걸 알아

‘아기 염소’ 가사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 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
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빗방울이 뚝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엄마 찾아 음매 아빠
찾아 음매 울상을 짓다가 해가 반짝 곱게 피어나면 너무나 기다렸나봐
폴짝폴짝 콩콩콩 흔들흔들 콩콩콩 신나는 아기 염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