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젓과 창난젓
안녕하세요.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가끔 우리말 편지에 있는 내용을 컴퓨터에서 복사하고자 하는데 안 된다는 분
이 계십니다.
예전에 복사하는 방법을 말씀드렸는데, 오늘 또 말씀드려야겠네요.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무슨 거창한 저작권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고 높은 지식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든지 돌려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쓰는 홈페이지가 있으면 그곳에 올리셔도 됩니다.
맘껏 쓰세요.
편지 내용을 복사하실 때는,
마우스나 키보드를 써서 복사하시고자 하는 내용을 블록으로 만드신 후,
마우스 왼쪽 단추를 눌러 메뉴를 불러내지 마시고,
그냥 ‘Ctrl+C’만 누르시면 블록으로 지정한 부분이 복사됩니다.
그 후, 붙이시고 싶은 곳에 가셔서,
‘Ctrl+V’를 하시면 됩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어제는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마침 아내가 밖에 나가고 어머니 혼자 점심을 드시게 되어 제가 모시고 밖으로
나왔죠.
돌솥 비빔밥을 먹었는데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더군요.
오랜만에 명란젓을 먹어보신다면서 비빔밥 한 그릇을 다 비우셨습니다.
명란젓을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더 일찍 해 드릴걸……
오늘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명란젓을 알아볼게요.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담근 젓.”입니다.
明卵에 젓이 붙어서 된 낱말입니다.
卵이 알 란 자 이므로 明卵은 ‘명란’이 맞습니다.
만약 이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오면 두음법칙에 따라 ‘란’이 아니라 ‘난’이 되
겠죠.
난포, 난막, 난상 따위 입니다.
어쨌든 명태 알로 담근 젓은 ‘명란젓’입니다.
창난젓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창)와 알(卵, 란)로 만든 젓이라면
창란젓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온 게 아니니 ‘란’이라고 해야겠죠.
그러나
창난젓은 창자와 알로 만듯 젓이 아닙니다.
“명태의 창자.”를 ‘창난’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으로 만든 젓입니다. 순 우리
말입니다.
‘창자와 알’과는 상관없습니다.
순 우리말 ‘창난’으로 만든 젓이니 당연히 ‘창란젓’이 아니라 ‘창난젓’이죠.
정리하면,
명란젓은 명태의 알로 담은 젓이니 ‘명란젓’이 맞고,
창난젓은 명태의 창자인 ‘창난’으로 담은 젓이니 ‘창난젓’이 맞습니다.
그나저나,
명란젓과 창난젓 중 어떤 게 더 맛있어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운명을 달리하다/유명을 달리하다]
안녕하세요.
휴가 중 쌓인 편지 중에,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편지가 있네요.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이번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이 전자우편의 제목은 잘못되었습니다.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을 뜻합니다.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목숨이 끊어진 것을 달리했다’는 말인데,
좀 이상하잖아요.
운명을 달리한 게 아니라,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 합니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당연히,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지,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굳이 ‘운명’을 쓰고 싶으면,
‘운명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