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 농민의 날!
안녕하세요.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편지를 보내지 않으려다
하도 열통이 터져서 한 장 씁니다.
우리말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이 ‘빼빼로 데이’입니다.
빼빼로 데이는 1994년 부산에 사는 한 여중생이 1 숫자가 네 번 겹치는 11월 11
일에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 라는 뜻으로 빼빼로를
주고받던 것이 연유가 되어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신종기념일입니
다.
덕분에 제과회사만 살판났습니다.
제과업체의 적극적인 홍보작전과 맞아떨어져 빼빼로는 매년 11월이면 다른 달보
다 70% 나 더 나간다고 합니다.
왜 우리가 그런 상술에 놀아나야 하죠?
한편,
토종 컴퓨터 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는 달과 날을 표시하는 숫자가 모두 1인
11월 11일을
‘가래떡 날’로 정하여 모든 직원들이 가래떡을 나눠 먹으며 화합을 다지는 행사
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쌀로 만든 따끈따끈한 가래떡과 조청이
초콜릿 과자를 나눠 먹는 것보다 한국적일 것 같아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하는
데 얼마나 좋아요.
왜 좋은 우리 것을 버리고 남의 것을 가져오는지…
그런 것으로 죄 없는 연인과 젊은이들의 등골을 빼먹을 생각만 하는지…
이제는 곰곰이 생각해 볼 때입니다. 아니 벌써 그럴 때가 넘었습니다.
따뜻한 밥 먹고 살면서 왜 우리는 그런 썩어빠진 정신을 못 버리죠?
뉴스에서 들으니
며칠 전 11월 8일은 ‘브라 데이’라더군요.
아니, 기자양반님들,
요즘 기삿거리가 그렇게도 없나요?
꼭 11월 8일을 ‘브라 데이’라고 뉴스에서까지 보도를 해야 했었나요?
그게 살아있는 양심이라는 언론에서 할 일입니까?
차라리 보도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
아무리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언론이라지만 가릴 것은 가리고 지킬 것은 지켜
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머리꼭지까지 뜨거워지네요.
더 쓰면 실수할 것 같아서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오늘은 ‘농민의 날’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은 농업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고생하는 농민을 생각하는 날이 농민의 날입니다.
오늘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라 ‘농민의 날’입니다.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 하나를 덧붙입니다.
우리말123 ^^*
보태기>
‘농민의 날’보다는 ‘농민 날’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말에 더 어울립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많은 단체에서 계속해서 쓰고 있는 말을 존중해서 ‘농민의
날’로 썼습니다.
‘한글날’이지 ‘한글의 날’이 아니잖아요.
[밸런타인데이]
어제 오후에 오랜만에 아내와 시장에 갔더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매장의 반 정도가 초콜릿 판이더군요.
여기저기 ‘벨런타인 데이 축제’라고 써 붙여놓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동원해서
초콜릿을 파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제발 이제는 그놈의 ‘밸런타인데이’에서 좀 벗어납시다.
몇 개월 전에 썼던 글을 첨부파일로 붙입니다.
생각 좀 하고 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다 죽어서, 실낱같은 숨만 쉬고 있는 우리 농업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발렌타인데이나 벨런타인데이가 아니라.
‘밸런타인데이’가 맞습니다.
똑바로 알지도 못하면서 세 치 혀로 언죽번죽 떠벌리기는…
‘축제’도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축제가 아니라 ‘잔치’입니다.
축제라는 말은 지구상에 있는 나라 중 일본과 우리만 씁니다.
일본사람들이 만들어서 쓰는 말을 우리가 왜 따라해야하죠?
잔치라는 좋은 우리말은 어디에 두고…
다행히 기분좋은 것도 있었습니다.
예전에 ‘20% 세일’이라고 써 놓았던 곳에,
어제는 ‘20% 에누리’라고 써 놓았더군요.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당장 그 물건을 사려는데,
바로 옆에 이렇게 써 있더군요.
‘야채 코너’
…
이런 환장할…
‘야채 코너’가 뭐야…
‘남새/푸성귀’ 이 거면 될 걸…
그게 싫으면,
‘채소전’으로 하든지…
일본에서 온 말인 ‘야채’가 그리도 좋을꼬…
쩝……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늘 행복한 시간 만드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