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꾸다 >> 메우다
안녕하세요.
어제 축구 보셨어요?
참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오늘은 축구로 이야기를 풀어 볼게요.
축구 중계를 듣다 보면,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꿔야 합니다.”라는 말을 자
주 듣습니다.
뭘 어떻게 메꾸죠?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메꾸다’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뚫려 있거나 비어 있던 곳이 묻히거나 막히다”는 뜻의 단어는 ‘메다’이고,
이 단어의 사동사는 ‘메우다’입니다.
구덩이를 메우다, 공란을 메우다처럼 씁니다.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꿔야 합니다.”는,
“수비수가 빠져나간 저 자리를 다른 선수가 빨리 메워야 합니다.”로 써야 바릅
니다.
우리말을 엉망으로 지껄이는 해설자 때문에 텅 비어 버린 제 가슴 한구석을 무
엇으로 메워야 할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책갈피/책갈표]
어렸을 때,
명탐정 셜록 홈스, 괴도 뤼팽 이야기 많이 읽으셨죠?
언젠가, 홈스가 뤼팽을 잡아왔습니다.
홈스 : 너, 이번에 훔친 수표 어디에 숨겼어?
뤼팽 : 서재에 있는 ○○책 1쪽과 2쪽 사이에 숨겨뒀습니다.
홈스 : (뤼팽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으며)거짓말하지 마!
홈스는 뤼팽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간단합니다.
모든 책은
책을 폈을 때, 접는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이 짝수, 오른쪽이 홀수 쪽입니다.
따라서, 1쪽과 2쪽은 책장 한 장이므로 그 사이에 뭔가를 숨길 수 없죠.
만약, 뤼팽이 2쪽과 3쪽 사이에 수표를 숨겼다고 했으면 홈스는 믿었을 겁니
다.
2쪽과 3쪽은 책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그 사이에 뭔가를 넣을 수
있잖아요.
요즘 같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죠?
오늘은 책 이야기입니다.
‘책장(冊張)’은 “책을 이루는 낱낱의 장”을 말하고,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말합니다.
앞에서 말한,
1쪽과 2쪽이 ‘책장’이고,
2쪽과 3쪽 사이가 바로 ‘책갈피’죠.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 두는 종이쪽지나 끈”
은 뭐라고 하죠?
책갈피? 책갈표?
‘책갈피’는 앞에서 책장과 책장의 사이라고 말씀드렸고,
‘책갈표’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고…
그건 바로 ‘갈피표’입니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을 말합니다.
책장과 책장 사이의 틈이 바로 ‘갈피’고
그 갈피에 꽂아놓은 게 바로 ‘갈피표’죠.
‘갈피표’를 ‘책갈피’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이 뜻이 조금 더 발전해서,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이라는 뜻도 생겼죠.
‘갈피를 못 잡다/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쓰죠.
‘갈피표’는 ‘서표(書標)’라고도 합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