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료’가 아니라 ‘개 먹이’나 ‘개밥’
안녕하세요.
첫눈 보셨어요?
저는 못봤는데……
어제 인터넷 뉴스를 보니
‘고양이, 개사료 먹이면 실명(?)’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culture/art/200611/29/tvreport/v14882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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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사내용은 별 관심 없고 ‘개 사료’이야기나 좀 해 볼게요.
실은, ‘개사료’가 아니라 그냥 ‘사료’인데,
이 사료는 마땅히 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기에 그냥 ‘개사료’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가축에게 주는 먹을거리”라는 뜻의 사료는 일본어 飼料(しりょう[시료우])에
서 온 말입니다.
당연히 국립국어원에서 ‘먹이’로 다듬었습니다.
먹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 굳이 사료를 쓸 까닭이 없습니다.
백 보 양보해서, 사료가 어디서 온 말인지 몰라 썼다면 몰라도,
이제는 아셨으니 사료라는 낱말을 쓰시면 안 됩니다.
‘개사료’가 아니라 ‘개 먹이’입니다.
제발 기자들이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사료하면 더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바로 思料입니다.
주로 논문에 많이 나오는 낱말로
…로 사료됩니다, …것으로 사료되어 유감스러우나…, 개념에 수정이 가해
질 필요가 있다고 사료됨 따위죠.
이것도 일본어투 낱말로 모두 엉터리 말입니다.
아니, 말도 아닙니다.
‘사료’는 ‘생각’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로 사료됩니다는 …로 생각합니다로 바꿔 쓰고,
…것으로 사료되어 유감스러우나…는 …것으로 생각하여 안타까우나…로 쓰
고,
개념에 수정이 가해질 필요가 있다고 사료됨은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함으로 쓰시면 됩니다.
생각을 쓰지 않고 사료를 쓰면 더 품격있는 글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잘못입니
다.
가방끈 긴 사람들이 잘해야 합니다. 정말 잘해야 합니다.
오늘은 눈이 온다죠?
개판인 정치판이 하얀 눈을 닮아 좀 맑고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뉴스를 들으니 지금 국회에서 잠자는 법안이 3천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들은 꼬박꼬박 월급을 받겠죠?
우리말123
보태기)
‘밥’은 우리가 먹는 밥뿐만 아니라,
동물의 먹이도 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개 먹이를 개밥이라고 해도 됩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제 구실 다하는 공무원]
요즘 정치권이 시끄럽네요.
하긴 언제는 조용했나요?
국민이 편하게 살려면 높으신 분들이 자기 구실을 다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높으신 분들이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오늘은 ‘구실’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구실’은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맡은 바 책임”을 말합니다.
사람 구실/아비 구실/제 구실을 다하다처럼 쓰죠.
좀 다른 이야기로,
‘-아치’라는 접미사가 있습니다.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어떤 특성이 있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로,
벼슬아치/동냥아치처럼 씁니다.
이제,
‘구실’과 ‘아치’를 합쳐보죠.
‘구실아치’
처음 듣는 말이죠?
‘구실아치’는 ‘벼슬아치’와 같이 요즘의 공무원을 말합니다.
구실아치는
국민에게서 세금을 걷는 공무원이고,
벼슬아치는
관아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 보는 공무원이었죠.
구실아치가 벼슬아치보다 끗발이 좀 딸리는 공무원이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구실아치는 하급 공무원,
벼슬아치는 고급 공무원쯤에 해당하겠네요.
이렇게,
구실이라는 말은 원래,
국민의 도리인 세금을 관리하는 책임을 진 관리였다가,
이 뜻이 조금 변해서 지금은,
마땅히 해야 할 맡은 바 책임이 된 거죠.
어쨌든 요즘 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운 것은,
벼슬아치나 구실아치들이,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구실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벼슬아치는 다 물러나야 하는데…
저는 이번 주말에 고향에 갑니다.
며칠 전에 편지 드린 것처럼,
보험도 새로 고쳤으니, 새 기분으로 고향에 가서,
여기저기 벌초하면서 조상님 좀 뵙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