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잡다/낮잡다
안녕하세요.
어제 어떤 분과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낫잡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 멋진 우리말인데 요즘은 많이 쓰지 않죠.
오늘은 낫잡다를 소개해 드릴게요.
‘낫잡다’는
[낟ː짭따]로 발음하고
“금액, 나이, 수량, 수효 따위를 계산할 때에, 조금 넉넉하게 치다.”는 뜻입니
다.
손님이 더 올지 모르니 음식을 낫잡아 준비해라,
경비를 낫잡았더니 돈이 조금 남았다처럼 씁니다.
어제 제가 만난 분은
“무슨 일을 할 때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말고 낫잡아 둬야 일하기 좋
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낫잡다와 발음이 거의 같은,
‘낮잡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낟짭따]로 발음하고
“실제로 지닌 값보다 싸게 치다.”나
“사람을 만만히 여기고 함부로 낮추어 대하다.”는 뜻입니다.
물건값을 낮잡아 부르다, 그는 낮잡아 볼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처럼 씁니
다.
“남의 재주나 능력 따위를 실제보다 낮추어 보아 하찮게 대하다.”는 뜻의
‘얕잡다’와 거의 같은 뜻이죠.
세상 살면서,
남을 낮잡아 보면 안 되지만,
내가 준비하는 일은 낫잡으면 좋습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논문 진위 여부 -->> 논문 진위]
설마 했는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데…
결국 그 논문이 조작된거였군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아픈 가슴을 달래고자 다른 이야기나 좀 할게요.
뉴스를 들으니,
서울대 진상조사위원회가 ‘논문 진위’를 조사했다고 하네요.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진위 여부’는 옳은 표현이 아닙니다.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을 쓰면 안 됩니다.
예를 들면,, 생사(生死), 진위(眞僞), 성패(成敗) 같은 낱말 뒤에는 ‘여부’
를 쓰면 안 되는 거죠.
생사, 진위, 성패라는 낱말이,
이미, 살거나 죽거나,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란 뜻을 담
고 있는데,
그 뒤에 또 ‘여부’를 써서 ‘그러거나 그러지 않거나’라는 뜻을 덧붙일 필요
가 없잖아요.
다시 말하면, ‘진위’ 속에 이미 ‘여부’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논문 진위 여부’를 조사한 게 아니라,
‘논문 진위’, 곧, 논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조사한 거죠.
조난자의 생사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조난자의 생사’를 모르는 거고,
연구의 성패 여부를 모르는 게 아니라, ‘연구의 성패’를 모르는 거죠.
그러나
‘여부’ 앞에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이 오지 않으면 ‘여부’를 써
도 됩니다.
예를 들면,,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줄기세포 존재 여부
를 알고 싶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논문의 진실 여부를 검토했다’는 논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검토한 것이고,
‘연구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는 연구가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에 달렸다는 말
이고,
‘줄기세포 존재 여부를 알고싶다’는 줄기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싶다
는 말이잖아요.
정리하면,
‘여부(與否)’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그 낱말 앞에,
‘그러거나 그러지 않다’는 뜻이 있는, 곧, 상반된 개념을 한꺼번에 가진 낱말
을 쓰면 안 됩니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매조지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