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에 글을 깨끗이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말처럼 당연한 말도 없습니다. 그
러나 이것이 실제로는 잘 되지 않습니다.

채점에 참가하는 교수님들은 비슷한 내용이 담긴 글을 짧은 시간 동안 몇천 개
를 읽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글씨를 깨끗이, 정확하게, 크게 쓰는 것은 채점자
의 피로를 덜어주며 좋은 인상을 줍니다.

맞춤법이나 원고지 쓰는 법과 같이 기준이 분명하게 있는 것은 어쩌지 못해도,
글씨체나 정서 상태는 채점할 때 여러 모로 영향을 줍니다. 어느 채점 교수는 집
에 있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수험생 답안지를 되도록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고 하더군요. 그러나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원고지 칸에 있는 글씨가 작거나,
흘려 써서 무슨 글자인지 모를 때는 점수를 잘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들의 원고를 살펴보세요.

1. 글씨가 예쁘지는 않아도 원고지 한 칸에 글씨 크기가 절반이 넘습니까?
2. 처음에는 또박또박 써나가다가 뒤로 갈수록 흘려 쓰지는 않았습니까?
3. 모음 ‘ㅓ, ㅜ’를 자음 ‘ㄱ’처럼 쓰지는 않았습니까?
4. 모음 ‘ㅏ, ㅗ’를 자음 ‘ㄴ’처럼 쓰지는 않았습니까?
5. 자음 ‘ㄹ’을 ‘ㅈ’처럼 쓰지는 않았습니까?

6. 자음 ‘ㅁ’과 ‘ㅂ’이 확실히 구별됩니까?
7. 받침 ‘ㅅ’과 받침 ‘ㄴ’이 확실히 구별됩니까?
8. 받침 ‘ㄹ’과 받침 ‘ㄷ’이 확실히 구별됩니까?
9. ‘조’와 ‘근’이 확실히 구별됩니까?
10. ‘보’와 ‘와’를 쓸 때 한 번에 다 붙여쓰지 않습니까?

11. 멋있게 쓴다고 ‘ㅇ’ 위에 점찍고 ‘ㅎ’이라고 우기거나, ‘ㄱ’ 위에 점찍
고 ‘ㅋ’이라고 우기지 않습니까? ‘ㅇ’ 대신 점을 찍지는 않습니까?
12. ‘한’을 빨리 쓸 때, ‘ㅎ’ 오른쪽 옆에 ‘ㅏ’ 대신에 점찍고 ‘ㄴ’을 하거
나, ‘ㅎ’ 오른쪽 옆에 ‘ㅏ’를 쓰고 ‘ㄴ’ 대신에 긴 점을 찍지는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