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글을 구상하는 순서 2 – 자유를 주제로 하려면
(문) 저는 자유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자유는 이 세상의 누구라도 억압
할 수 없다.’라는 주제로, 본론에서 김재규씨의 박정희 암살 사건, 프랑스 대혁
명, 청교도인들의 신대륙 이주를 거론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어떻게 정리하
는 것이 좋은지요?
(답) ‘자유는 이 세상에서 누구라도 억압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려면 그렇
게 주장하는 근거를 본론에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김재규씨의 박정희 암살 사건은 역사적으로 아직 정리되지 않아 근거로
삼기에는 여러 가지 모호한 점이 많아요. 김재규가 어떤 뜻으로 그런 일을 했느
냐가 아직도 역사적 쟁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 사건을 근거
로 삼아 본론을 정리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좁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머지 두 사건은 괜찮은 재료이긴 하나, 다른 나라 이야기인데다가 아주 오래
된 것들이라 신선하지 않군요. 물론 무난하기는 하지요. ‘김재규 사건’처럼 튀
는 이야기가 아니니까 실수할 확률은 적지요. 그래도 어쩐지 구태의연한 것 같습
니다.
그러니 왜 자유를 억압하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되, 최근 사건 중에서 신선하면
서도 솔깃한 글감을 찾아, 그 사건이 어째서 벌어졌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를 억압하
면 개인의 창의를 죽여, 궁극적으로는 사회 발전이나 인류 발전을 기대할 수 없
다.’를 근거로 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그런 예를 들어 설명하면 됩니다. 그렇다
면 망명한 작가, 예술인을 예로 들면 좋을 것입니다.
원고지 6-8장을 써야한다면 이런 식으로 또 한 가지 근거를 대고 신선한 예를
찾아 본론 한 단락을 더 만들어 본론을 두 단락으로 만듭니다.
서론은 문제를 제기하고 분위기를 잡는 곳이니, ‘자유’라는 단어를 정의하거
나, 자유를 잃어 고통받은 예를 들거나, 자유를 억압하던 독재자가 어떻게 되었
는가를 들려주는 정도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서론에서 ‘자유, 억압,
독재’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본론에서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대충 분위기를 잡
는 식입니다.
결론에서는 ‘따라서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 자유는 천부적인 권리이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내되, 자유가 보장될 때(또는 보장되지 않을 때) 어떤 상황이 벌
어질 것인가를 전망하여 한두 문장을 덧보태 서술하면 됩니다.
이때는 본론에서 거론한 근거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본론에서 ‘자유
가 없으면 개인의 창의를 죽이기 쉽다’고 했으면, 전망하는 말로는 ‘개인의 자유
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 인간이 지닌 창의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며, 나아가서
는 인류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와 같은 문장을 덧보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