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씽어 똥? – 정경미

제 목
(수필) 씽어 똥? – 정경미
작성일
2000-06-11
작성자

정경미(주부, 부천시)

여섯 살 먹은 우리집 작은 아들은 발음이 매우 어눌하다. 말문도 늦게 트였고
말 잘하는 동갑내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휘력도 나쁜 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상대적으로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말로써 먼저 해야 할 일을 주먹이 앞서
다 보니 동네에서 악명 높은 꼴통이 되었고, 꼴통 아들 덕분에 내가 당한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유치원에서도 사납기로 유명한 아이가 한번은 라이벌 같은 친구 이름을 내게 이
야기 하는데.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아이의 발음을 그대로 따
라 하면 아이는 계속 아니라고 했다. 아이의 발음은 ‘채정이,채정이’였는데 내
가 들은 대로 이름을 얘기 하니까 귀에는 이상이 없어 제대로 들리는지 ‘채정
이!’하면서 악을 썼다. 나중에 유치원에 가서 알아보니 그 이름은 다름아닌 ‘태
경’이였다.

나이에 비해 몸집이 작아 두살 정도 어려보이는 그 아이는 우리 기현이와는 정
반대로 “말로는 안 지지”하고 아이엄마가 인정할 만큼 말을 아주 잘하는 아이였
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아들 친구를 만났는데 아무에게나 반갑게 말
을 건네는 넉살 좋은 우리 아이가 형 친구라고 또 무어라 계속 떠들어댔다.

그랬더니 그 큰애 친구 녀석이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아줌마, 기현이는 언어 장
애가 있나 봐요.” “띠잉” 언어장애라니, 중학교 2학년 어린 학생이 그런 고상
한 말을 쓰다니….

답답하고 걱정도 되서 병원에도 가 보았는데 ‘이상이 없다’,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 발음만 조금 독특할 뿐이지 지능이나 지식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있다.

그 독특한 발음 때문에 온 가족이 깔깔 웃는 일도 많다. 주로 ㅈ 이나 ㅅ 발음
을 ㄷ으로 잘하는 통에 나는 아이에게 “기현아, 덩거당에 불이 번떡번떡 하
니?”하면 아이는 오히려 나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한다.

더욱 우스웠던 일은 아이가 Sing a Song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엄마 씽어 똥
에 백한 마리 강아지 나와”라고 얘기했을 때이다. 씽은 제대로 발음이 되는 데
왜 Song는 안돼는지 의문이다. 우리집은 기현이의 엉뚱한 발음으로 인해 또 한바
탕 웃음바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