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글에서 비약하지 않으려면
저는 백일장에서 상을 받기도 하여 글을 잘 쓴다고 자부하였습니다. 그러나 논술
글에 제 나름대로 논리를 정교하게 정리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비약이 심하다는
소리를 들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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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비약은 ‘순서를 밟지 않고 나아간다’는 말입니다. 논술글에서 필자가 무슨
말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면 독자는 왜 갑자기 필자가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
지 못하지요. 즉, 비약은 독자가 보기에 필자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는
뜻이지요. 논술글에서 비약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첫째는 한 단락에서 문장과 문장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첫 문장에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고 하고, 그 다음 문장에서 ‘기차는 길
다’고 서술합니다. 이때 상대방은 원숭이 엉덩이 빨간 것과 기차 긴 것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묻습니다. 그러므로 그 다음부터 필자는 그 두 문장을 이어줄 내
용을 덧보태야 합니다. 그러므로 ‘빨간 것이 사과이고, 사과는 맛있으며, 맛있으
면 바나나며, 그 바나나는 길고, 기차는 길다’로 이어진다는 것을 필자가 보완해
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줄 때 어느 한 문장이라도 빠지면 그 부분이 비약
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한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중심생각(소주제)이 넓어 애초 자기가 덧보
태기로 예상했던 문장수보다 많아질 때 필자가 원고량에 맞추어 그 중 어느 한
문장을 생략하기 때문에 비약이 생깁니다. 또 그 두 개를 꼭 이어주지 않아도 상
대방이 알 것이라고 생각하여 필자가 두 문장 잇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비약이 생깁니다. 따라서 필자는 어느 한 단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좁혀야
하며, 좀더 자기 생각을 자상하게 보완하겠다고 마음먹어야 비약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결론에서 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체벌을 폐지하자는 근거
를 본론에 늘어놓고는, 결론에 와서 갑자기 한국의 위상을 국제 사회에서 높일
수 있다거나, 인간 소외가 심해졌다는 내용을 끼워 넣습니다. 가령 초등학생이
일기를 쓸 때, 그날 낮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쓰고 글 끝에서 ‘엄마 말을 잘 듣
기로 결심했다’로 마무리하려면 그렇게 결심하게 된 근거를 서술했어야 합니다.
읽는이가 그 일기를 읽고 ‘왜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지?’하고 묻는 것은 그 초등
학생이 그런 각오를 하게 된 과정(근거)을 서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결론에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거나, 인간 소외가 심해졌다
고 하려면 그렇게 주장하게 된 근거를 본론에서 언급했어야 합니다.
결국 결론 부분에서 비약하는 것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나 원고지를 일정량 채
워야 하니까 도덕적 각오나 애국적 권고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그
러므로 결론에서 비약하지 않으려면 글 끝을 마무리할 때 본론에 서술한 근거에
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멋있게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논술
고사는 이성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 시험이지, 감성을 솔직하게 드러내 상
대방과 교감하는 문예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