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반민특위
반민족행위 특별 조사위원회. 줄여서 ‘반민특위’라고 하지요. 일제 시대에 친일
?한 사람들을 처벌하려고 제헌 국회에서 1948년에 관련법을 만들었는데, 반민특위
?는 이 법을 근거로 1949년부터 활동한 기구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반민특위
?는 친일파를 단 한 명도 사형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파들에게 테러를 당했으
?며 결국 해체됩니다. 그 결과 비틀린 우리 현대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칩니다. 그리고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
?고, 독립운동가는 대가 끊기거나 겨우 살아남아 지금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하
?여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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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는 똘레랑스라는 이름으로 관용을 베풀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입니
?다. 그런 프랑스가 2차대전 때 1940년 독일에 점령되었다가 1944년 해방될 때까
?지 나치 독일에 협조한 사람을 찾아 100만 명쯤 구속하고 7000명 가까이 사형시
?켰습니다.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치 독일에 협력한 사실이 드러나면
?반드시 처벌합니다. 프랑스 국민이 조국을 배신하는 것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았
?고 적당히 넘어가는 법이 없었으므로, 프랑스가 또다시 다른 나라에 점령된다해
?도 프랑스 사람들은 절대로 조국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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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1992년 대대적인 부패 추방 운동이 벌어지면
?서 검찰이 불법 정치 자금과 관련된 정치인을 수사하였습니다. ‘마니풀리테(깨끗
?한 손)’라는 운동이었지요. 이 마니풀리테 결과 1년 동안 정치인과 경제인이 3천
?명 이상 체포되거나 구속되었으며 재벌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 10여 명이 자살하
?였습니다. 심지어 전체 의원 4분의 1이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일부는 해외로 도
?피하였습니다. 마니풀리테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으
?나, 마니풀리테 이후 기업이 투명해지고 정계가 개편되면서 기업 경쟁력이 마니
?풀리테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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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우리 나라 검찰이 삼성, 에스케이 같은 대기업 간부를 부패 혐의로 소환합니
?다. 그리고 굵직한 정치인들도 소환합니다. 우리 사회 정경 짝자꿍도 이제 뿌리
?뽑힐 것 같군요. 이 참에 부패의 고리를 철저히 끊어야 합니다. 만약 검찰이 적
?당히 처리하는 것으로 보이면 부패 세력이 힘을 모아 검찰에 반항할 것이고 또다
?시 반민특위처럼 역사에 회한을 남기며 흐지부지 끝나기 쉽습니다. 그러면 부패
?세력과 후손들은 대를 이어 잘 살게 될 것이며, 국민들이 다시는 정직하게 살려
?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번만큼은 검찰 사전에 ‘적당히’라든지 ‘성
?역’이라는 단어는 없는 겁니다. 검찰은 지금 반민특위가 바로 잡지 못한 민족 정
?기를 제대로 세우고 있는 겁니다. 시민 단체에서 검찰에 보약을 지어다 주는 것
?은 그런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것이지요. 힘내십시오(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