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제 목
첨삭-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작성일
2000-09-25
작성자

1. 문제

밀란 쿤데라가 쓴 ‘느림’에서 보면, 현대 문명의 특징이 속도이며, 그 속도 때
문에 인간미와 여유를 잃고 산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찾고,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할지를 구체적 예를 들어 정리하라.

2. 학생 글 ①

(1) 시끄럽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폭주족을 보면 인간은 근원적으로 속도를
추구하는 동물인 것만 같다. (2)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것은 더욱 확실해진
다. (3) 원시 인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4) 강하고 빠
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불을 발견했고 도구를 발명했으며 보다
ⓑ강하고 빨라졌다. (5) 그래서 가장 강한 동물이 된 인간은 자기끼리의 경쟁을
했고 인류는 점차 발전하게 되었다. (6) 이 경쟁의 핵심은 스포츠의 시초였던 육
상 경기에서도 보듯이 ⓒ속도였다.

(7) 현대 정보화 사회는 정보와 속도가 가장 중시되는 사회다. (8)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가장 먼저, 가장 최신의 정보를 소유하는 자가 정보
화 사회 속의 선두자가 될 수 있다. (9) ⓓ누구나 뒤쳐지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현대 사회에서 속도는 중요시된다.

(10)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경쟁하였고 그것은 많은 이득을 가져
다 주었다. (11) 예를 들어, 정보화 시대의 총아인 컴퓨터는 발명 초기에는 그
리 주목받지 못했었다. (12) 그러나 ⓔMS사의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개인용 컴
퓨터를 보급, 판매했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많은 컴퓨터 회사의 판매에 의해 이
제 누구나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다. (13) 이로 인한 인간에게 오는 이득은 엄청
나다. (14) 재택 근무, 홈쇼핑, 인터넷 등에서부터 ⓖ원격 민주주의를 통한 정
치 참여 등이 그 예이다. (15) 게다가 회사들은 경쟁을 통해 보다 ⓗ빠른 제품
을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어서 인간은 더 많은 이득을 얻을 것이다.

(16) 그러나, 속도의 중시는 많은 문제 역시 가져왔다. (17) 경쟁이란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므로 빠르고 많은 정보를 가진 자는 이득을 얻지만, 그렇
지 못한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물러나게 되었다. (18) 최근의 IMF위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직장을 잃은 이유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19) 게다가 급속
히 변하는 시대에는 시간이 곧 가치이므로 잠시의 여유를 ⓙ가질 수 없게 된다.
(20) 따라서 ⓚ신속화된 인간은 반성할 겨를이 없다. (21) 또한 정보의 빠른 처
리로 인정받는 ⓚ물량화된 인간은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 (22) 결국 속도의 중
시는 우리에게 이득과 손실 모두를 가져다주는 것이다. (23) 모든 사물의 면이
모두 앞면 또는 뒷면만을 가질 수 없듯이 속도가 중시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
을 모두 고칠 순 없다. (24) 하지만 좀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반성하는 삶
을 살아가게 되면 자아를 되찾을 수 있으며 더욱더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있다.
(25) 그런 면에서 우리 선조들이 중시했던 느림의 미학을 깨우칠 필요가 있다.
(26) 우리 속담에 “한가지 행동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하라”는 속담
이 있다. (27) 오늘날 사람들에게 천천히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교훈을 가져다
주는 말일 것이다.

(28) 인간의 속도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고 여러 가능성을
주었다. (29) “보다 빠른”이란 구호는 인류의 문명을 점차 발전시켰고 그 결과
속도가 가장 중시되는 정보화 사회가 되었다. (30) 그것은 인류에게 고도의 기술
과 정보를 가지게 하여 엄청난 이득을 누리게 하고 있다. (31) 그러나 역으로 인
간은 반성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너무나 급변하는 세계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
다. (32) 이러한 때 여유를 가지고 느림의 미학을 중시하였던 우리 선조들의 자
세를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다섯 단락이다. 형식적으로 (1)에서 (6)문장까지가 서론이고, (7)
에서 (27)까지가 본론이며, (28)에서 끝 문장까지가 결론이다. 그리고 본론을 다
시 세 단락으로 나누었다.

서론에서는 인간과 속도를 연결시키려 하였다. 그러나 예로 든 오토바이 폭주족
이 인간을 대표할 수 없는데도 무리하게 연결하려 하였다. 또 불과 도구가 속도
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서론에서 인간과 속도를 연결시켜 문제
를 제시하려고 한 것은 좋았으나,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들이 썩 좋지 않았다.

본론 1로 잡은 (7)∼(9)가 오히려 서론으로 적당하다. 정보화 사회의 특징
이 ‘정보 처리, 정보 유통의 신속함’이라서 사람들 생활이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빨리 변하는 문화에 젖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론 2인 (10)∼(15)는 인간이 ‘속도’를 추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리
하려고 하였다. 이 단락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지만, 내용이 알차지 못했다. 즉,
속도를 추구하게 하는 대표적인 물건으로 컴퓨터를 예시하였으므로, 그 컴퓨터
때문에 어떤 이득을 얻고 있으며, 왜 속도가 붙고 있는지를 정리해야 했다. 다
시 말해 이 단락에 ‘왜, 어떻게’가 확실히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10)을 (14)
로 뒷받침했을 뿐, 나머지 문장은 겉에서만 맴돌았다.
본론 3에서는 속도 때문에 생기는 폐단을 정리하려 하였다. 그래서 (16)에서
(21)까지 언급하였으나, 속도 때문에 어떻게 부작용이 드러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다. (19)∼(21)에서 잠깐 언급한 ‘여유, 반성, 자아’에 대해 집
중적으로 매달려야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IMF 사태로 실직한 일을 부작용이라
고 지적하였다. 그것은 그 당시 우리 산업 구조가 뒤틀려 있어서, 산업 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남는 인력을 정리한 것이지, 그 사람들이 정보에 적응하지 못
해 실직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본론으로 정리한 (22)∼(27)은 이 글의 결론이다. (22) 첫머리에 있
는 ‘결국’이라는 단어를 보아도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결론으로 잘 정리된 부분이다.

결론으로 잡은 (28)에서 (32)는 군더더기이다. 본론에서 결론을 언급하였기 때
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하고
있다. 즉, (28)과 (29)는 서론을 요약한 것이며, (30)과 (31)은 본론을, (32)는
결론을 요약한 것이다.

2) 문장 분석
(1) 가설을 설정하였으나, 그 가설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빈약하다. 폭주족이 인
간 사회를 대표하지도 않거니와, 폭주족 ‘속도’와 인류 발전 ‘속도’는 개념이 서
로 다른 단어이다.
ⓐ → 뒤바뀌었다. 인류가 불을 쓰게 되면서 짐승의 먹이가 되지 않았다.
ⓑ → 불과 도구 때문에 생존경쟁에서 강자가 되었다. 그러나 뭐가 빨라졌는지?
달리기?
(5) → 너무 막연하다. 경쟁이 곧 발전인지? 무엇이 발전했는지?
ⓒ → 어떤 속도? 인류 역사를 속도 하나로 단정할 수 있는지?
ⓓ → 100%라는 생각을 버리고. ‘대부분’
ⓔ → 다 알아도 정확하게 풀어서 ‘마이크로 소프트사’로.
ⓕ → 빌게이츠는 컴퓨터 판매상이 아니고, 프로그래머이다.
(12) → 확실한 근거를 대지 않고 대충 썼다. 컴퓨터가 발전하여 여러 모로 편리
하니까 사람들이 컴퓨터를 많이 샀다. 컴퓨터 회사가 많이 팔아 널리 퍼진 것이
아니다.
ⓖ → 이런 용어는 낯설다. ‘사이버 세계를 통해’
ⓗ → 어떤 쪽으로 빠른? 무엇이 빠른?
(16) → 영어식 물주 구문. ‘속도를 중시하여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 → ‘있게 마련이므로’
ⓙ → 단정적인 말을 누그려뜨려서. ‘갖기가 쉽지 않다.’
ⓚ → 어떤 사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인지?
ⓛ → ‘반성하며 살면’
(26) → 이 속담에는 신중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신중한 것이 반드시 느
리다고 할 수 없으므로 (25)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 → 간단하게 ‘교훈일 것이다.’로.

3) 총평
이 글은 형식적으로는 서-본-결을 갖추고 있으나 논거를 집중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즉, 구체적으로 핵심을 찌르지 못하거나, 앞에서 한 소리를 뒤에 가서
다시 반복하여 전체적으로 효율이 떨어졌다. 이 학생은 글쓰기 연습을 충분히 하
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지 않고 ‘그래야 하지 않겠나’ 하
는 마음으로 막연히 정리하였다. 즉, 깊이가 없는 글이며, 효율적으로 서술하지
못한 글이다. 서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본론에서 긍정적인 점과 문제점을 정리
하려고 한 것은 좋았다.
긴 글을 쓰기 전에 일단 그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고, 어떤 식으로 글
을 쓸 것인가를 연습해야겠다. 이때 그 글을 실제로 쓰지 않아도 좋다. 당분간
개요 짜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겠다. 특히 어휘를 모호하게 쓰는 것은 그 문
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쟁점에 대해 남들과 이야기
한 뒤 글을 구상하면 아주 구체적인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중심생각 하나를 어
떻게 뒷받침해야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도 궁리해 보아야 한다.

3. 학생 글 ②

(1) 인간이 이룩해낸 물질 문명의 극치가 비로소 현대 문명 사회의 탄생과 함
께 시작되었다. (2) 많은 사람들이 신속한 정보에 물들고 있으며, 심지어는 정보
에 자신의 가치관까지 맡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3) 정보화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 어느새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이다. (4)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신속한
현대 문명 사회의 양면성을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5)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현
대 사회의 단면과, 마침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과장되어버린 신속함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다. (6) 여기서는 후자를 통해 현대 문명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7) 어릴 때 자주 듣던 ‘토끼와 거북이’에는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8) 처음에는 토끼가 이기는 듯 싶더니 자만에 빠져 결
국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북이가 이긴다. (9) 옛날 사람들은 빠른 토끼보다는
느린 거북이를 최후의 승자로 만듦으로써 신속함에서 오게되는 자만과 비인간성
을 ⓒ불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10) 그러면 옛날 사람들이 그토록 느림을 동경했
던 이유는 무엇일까? (11) ⓓ느림이 제공해주는 생각을 통해서 그들은 인간 본연
으로서의 가치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사회를 바라보는 맹목적인
시선에 제동을 ⓔ걸었던 것은 아닐까?

(12) 현대 문명 사회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문명의 혜택이 변화시키고 있
는 우리들의 정신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13) 가까운 예로 점점 쇠퇴해가고 있
는 편지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메일을 들 수 있다. (14) 편지는 메일보다
절차가 복잡하고 보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15) 그러나 편지는 신중함과
깊은 의미, 정성과 기억, 기대와 그것을 받을때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 등
이 맞물리는 반면, 메일은 ⓕ조금은 경솔하고 ⓕ조금은 대충 쓰고, 가장 중요한
건 편지만큼의 기대와 받는 기쁨을 ⓖ얻을 수 없다. (16) 쉬우니까, 편하니까,
무엇보다도 빨리 보낼 수 있으니까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17) 이러한 상
황과 기술에 의해 우리의 사고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18) 현대 사회의 물질 문
명이 인간의 사고를 순수하게 지켜줄 수만은 없다.

(19) 소크라테스의 논리적인 철학과 헤르만 헤세의 아름다운 문장력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할 때가 종종 있다. (20) 과거의 ⓘ완벽한 시나 소설, 철학은 여
유가 낳은 결실임에 틀림없다. (21)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하는 글은 단순한 정
보와 지식을 담은 보고서에 불과하거나 상업적 성격이 강한 베스트 셀러가 고작
이다. (22) 이것은 실로 현대 문명 사회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
다. (23)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가 들끓고 있는 세련된
세상이라지만 가장 중요한 것, 느림에서 나오는 정신의 여유만은 얻을 수가 없
는 것이다.

(24) ‘문명의 발달’과 ‘느림에서 오는 여유’의 관계는 반비례 관계이다. (25)
한 쪽만을 추구한다고 하여 다른 한쪽이 자연히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26)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27)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은 우리의 주체성에 달려있다. (28) 우리가 사회의 흐름에
맹목적으로 도취되지만 않는다면, 다시 말해서 ⓙ빠르고 정확한 정보의 홍수 속
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마음의 여유와 시대로의 적응을 겸비한다면, 신속
한 물질 문명의 바탕에서 ⓚ제2의 헤르만 헤세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구조 분석
이 글은 모두 다섯 단락이다. 서론은 (1)에서 (6)까지이며, 본론은 (7)에서
(23)까지이다. 결론은 (24)부터 끝까지이다. 그리고 본론을 세 단락으로 나누었
다.
서론에서는 속도(신속함)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을 제기하려고 하였다. 그렇다
면 이곳에서는 ‘어떻게’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
데도 ‘물들고, 맡기는, 일부가 되어’라고만 하지, 그것이 어떤 식으로 문제가 되
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6)에서는 이 논술 문제 출제자가
듣고자 하는 주제와 다른 것을 제시하였다.

본론 1로 잡은 (7)∼(11)이 내용으로는 오히려 서론답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
기를 예로 든 것, 특히 (10)∼(11)에서 ‘느림’을 화두로 제시하는 것은 서론에
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멋있게 쓰려고 한 앞 단락을 빼고 차
라리 이 단락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본론 2는 (12)부터 (18)까지인데, 편지보다 빨리 보내고 받을 수 있는 메일을
예로 들어 빠른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메일은 편지보
다 감동이 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글쓴이 편견일 뿐이다. 메일이 컴퓨
터로 쉽게 쓸 수 있다고 해서, 편지보다 경솔하거나 감동이 적다고 주장할 수 없
다. 즉, 이 단락에서 빠른 속도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리하려고 한
것은 좋았으나, 예를 잘못 들었다. 오늘날 현대인이 잃고 있는 것을 예시하여야
했다.
본론 3은 (19)부터 (23)까지이다. 느린 것이 빠른 것보다 어떤 점에서 이로울지
를 정리하였다. 여유가 있었던 과거에는 소크라테스와 헤세가 등장할 수 있으
나, 여유가 없는 현대는 한계가 있어 그런 사람이 등장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리고 오늘날 글은 대부분 보고서 같은 글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모두 글
쓴이 편견이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글이 있는 것이지, 전반적으로 어
떤 것이 더 좋고 더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단락에 느림의 이로운 점을 정리하려고 한 것은 좋았다. 그렇다면 이 단락에
서는 느림이 빠름보다 ‘왜, 어떻게’ 좋은지를 예시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 단
락에는 ‘왜’ 좋을지, ‘어떻게’ 좋을지 뒷받침하지 않고, 그렇다면 그런 줄 알라
는 식으로 서술하였다.

본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해 결론에 담을 것이 없었다. (28)에서 ‘주체
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한 것은 아주 좋았으나, 나머지 부분은 두 마리 다 잡을
수 있다느니, 헤세가 탄생할 수도 있다느니 하며 논술 문제로 제시한 주제와 아
주 동떨어진 결론을 내렸다.

2) 문장 분석
(1) → 무슨 소리인지? ‘현대에 들어 물질 문명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뜻인지?
(2) → 신속한 정보에 물드는 것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5) → 여기에서 지적하는 두 가지가 무엇 무엇인지? ‘과장되어버린’은 어느 말
을 수식하는지?
ⓐ → 이 지시어가 가리키는 말은?
ⓑ →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 ‘하는 부분이 있다.’
ⓒ → 누그려뜨려서 ‘경계하였다.’쯤으로.
ⓓ → 물주 구문. ‘천천히 생각하면서’로.
ⓔ → 의문문을 평서문으로 바꾸어. ‘걸었을 것이다.’로.
(12) → ‘우리’를 꾸며주는 관형절을 없애고 간단하게 바꾸자. ‘사람들(우리)은
현대 문명에 길들여져 문명 때문에 사고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다.’로.
(15) → 문장이 너무 길다. 두세 개로 끊자.
ⓕ → 경솔하다거나 대충 쓴다는 기준이 모호함. 편견이다.
ⓖ → 주술이 호응하지 않음.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로.
(16) → 편견이다.
ⓗ → 물주 구문이다. ‘보면서 사람들은 아주 깜짝 놀란다.’로.
ⓘ → ‘완벽한’ 기준은? 뺄 것.
(20) → 왜?
(21) → 편견이다.
(22) → 왜? 뒷받침하지 않았음.
(23) → ‘아무리, 들끓고, 세련된’에는 글쓰는이 선입관이 담겼다. 모두 뺄 것.
(26) → 군더더기 문장. 뺄 것.
(28) → 문장이 너무 길다.
ⓙ → 군더더기. 뺄 것.
ⓚ → 어떤 사람? 설득하는 글에서 은유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3) 총평
이 글은 논술글의 기본 형식에 맞추어 원고량을 잘 분배했다. 그러나 근본적
인 것을 분석하지 못하고, 작은 것을 예로 들어 큰 것을 이해시키려다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 학생은 전체적으로는 어떤 구조로 글을 정리해야 하는지
를 알고 있다. 그러나 충분히 잘 쓸 수 있으면서도 느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
각해 보지 않아, 현대인이 오늘날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몰랐다. 즉, 지난 과거
와 오늘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지 못했다.
또 밀란 쿤데라 글에서 어떤 것을 찾아내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를 알아야 한
다. 가야할 방향이 뚜렷하지 않으면 과정도 분명치 않다. 전체적으로는 문장이
논리적이지 못하고, 자기 편견을 강요하였다. 멋있게 쓰려 하지 말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문장력은 있으나 중심생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 단락의 원리를 익혀 집
중력을 높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