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이란 용어에 대해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서울의 강남공업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국어 교사 이종덕입니다.
쓰기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으로 많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시고 계신 한 선생님께 이런 편지를 드리는 것이 외람된 일이라 생각되나, 정확한 용어 사용을 위해 한 말씀 드립니다.
흔히들 ‘소집단’ 또는 ‘그룹’의 뜻으로 옛말 ‘모둠’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옛말인 만큼 아직 표준어는 아닌데, 우리말을 되살려 쓰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 쓰고자 한다면 정확한 옛말 지식에 근거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우미’라는 말이 언어에 무지한 행정 관리의 유치한 착상에 의해 대전 엑스포 이후 확산되어 부끄럽게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만, ‘모둠’도 역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사 ‘모이다’의 옛말은 ‘몯다’이고, 타동사 ‘모으다’의 옛말은 ‘몯다’에 접미사 ‘우’ 또는 ‘오’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모두다’ 또는’ 모도다’입니다. 한자 ‘會’의 훈 음을 옛적에 ‘모들 회’라고 하였고 ‘몯다’, ‘모두다/모도다’의 용레는 옛글에 많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모임’의 뜻으로 옛말을 되살려 쓰고자 한다면 ‘모듬’을 써야 합니다. 현대어의 ‘모둠발뛰기’와 같은 단어는 ‘두 발을 모아 뛰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타동사인 ‘모두다’의 명사형과 ‘발’이 결합하여 합성어로 굳어져 전해 온 것입니다.
횟집에서 ‘모듬회’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모둠회’라고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모둠별 보고서’와 같은 표현은 ‘모듬별 보고서’라고 써야 옛말의 형태에 맞추어 되살려 쓴 것이 됩니다.
한 선생님께서 바로잡아 주시면 아마도 그 파급 효과가 크리라 여겨 한 말씀 드렸습니다.
11. 16. 저녁에
이종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