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란’ 꽃을 아십니까?

제 목
‘문주란’ 꽃을 아십니까?
작성일
2000-07-26
작성자

7월 19일에 방학을 했는데, 오늘이 26일이니까 벌써 1주일이 지났네요. 요즘 뭘
하고 지내십니까? 저는 1주일 내내 잠만 잤어요. 몸 어느 구석에 잠이 쌓이고
또 쌓여 있었던 것일까? 왜 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좋더군
요…. 아무 생각 없이 잠 자고, 때가 되면 밥 먹고.. 또 자고… 그전에는 방학
이 되면 더 바빴는데,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모든 스케줄이 취소되면서 온전히
(?) 휴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제는 현관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벽에 대형 액자를 걸었어요. 동료 교
사 아버지가 그린 동양화인데, 그전에 제가 50평 아파트에 세들어 살 때 집이 너
무 허전해 보인다고, 그 선생님이 제게 주신 겁니다. 지금 이 집으로 이사 오면
서, 좁은 집에 걸기가 마땅치 않아, 지난 3년 동안 한 옆에 처박아 놓았지요. 그
러다가 어제 계단에 걸었더니, 그림이 살아나고 집 분위기도 살아났습니다. 3층
에 사는 우리 식구와 2층집 식구들이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그 그림을 가까이
에서 볼 테니, 그림값을 톡톡히 하는 셈입니다. 가까이 보니 정말 잘 그린 그림
입니다.

마당에 내놓은 화분에 문주란이 피었어요. 가수 ‘문주란’(허스키 보이스 싱어,
요즘 애들은 모르죠.)때문에 유명한 꽃인데, 제가 꽃을 처음 보네요. 사실 처음
은 아니었을 텐데, 어머니가 문주란이라고 말씀하시어서 문주란을 알아보았습니
다. 잎사귀는 행운목 잎사귀와 비슷해요. 넓적하고 진한 녹색이고… 그런데 꽃
피는 것이 신기해요. 굵은 젓가락 같은 상아색 꽃망울이 가운데에 수북히 모여
있다가, 젓가락 한 짝이 (오른쪽에 있는 두 꽃망울처럼) 바깥쪽으로 젖혀지면서
다시 여섯 갈래로 찢어져 하얀 꽃 한 송이가 되고, 그게 전부 둥그렇게 모여 꽃
한 다발이 되는 식입니다.

밝은누리가 사진을 찍는 김에, 마당에 핀 꽃을 하나 더 소개합니다. 이 꽃은 난
의 한 종류인 것 같은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파뿌리
같이 생긴 뿌리를 심으면 아무 때나 실파 같이 생긴 넓적한 잎사귀(꽃대 왼쪽에
서 꽃을 찌를 것처럼 있는 잎사귀)가 너댓 잎 나오고, 그러다 꽃순이 쑥 올라오
면서 분홍색 꽃을 피웁니다. 많이 심어놓으면 여름 내내 이놈 저놈이 서로 다투
어 꽃을 피우는데, 참 이뻐요. 겨울이 되면 얼지 말라고 다시 마늘 같은 뿌리를
화분에 담아 방에 들여놓습니다.

아침에 우연히 텔레비전을 틀다가 보았는데, 서상록(삼미 부회장이었다가 웨이
터로 변신한 분)님이 주부들에게 강의를 하시더군요. 강의 내용이 참 좋았습니
다. 특히 ‘프로가 되라’는 말이 감동스러웠습니다. 웨이터인 자기를 보고 찾아오
는 손님이 1000명이 되면, 20억 매상이 가능한데 그러면 연봉을 2억쯤 받지 않겠
냐고 하면서, 그렇게 되면 박세리와 박찬호를 쫓던 아이들이 모두 최고 웨이터
를 꿈꾸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말하자면 어느 직업에서나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
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분이 예를 들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어떤 파출부 아주머니가 자기 집에 와
서 성의없이 일하기에, 그 아주머니에게 ‘프로 파출부’가 되라고 충고를 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아주머니가 처음에는 비웃었지요. 그러나 나중에는 일리 있는
이야기로 받아들여 실천한 모양입니다.
프로 파출부의 자세 – 어느 집에 가든 환하게 웃으며 사람을 대한다. ‘청소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기분으로 일한다(꽃병을 들고 닦는다. 삐따닥하게 걸려
있는 달력을 반듯이 한다. 등), 자기와 친구 전화 번호를 적어 주어 고객이 믿
을 수 있게 한다, 고객에게 재투자한다(장미 한두 송이를 주며 불러주어서 고맙
다고 인사한다) 등.

1년 뒤에 그 아주머니가 화사한 모습으로 서상록씨를 찾아와 고맙다고 하더랍니
다. 시키는 대로 3개월을 했더니, 사람들이 자기만 부르더라는 겁니다. 지금은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파출부 12명을 채용하여 일을 하고 있으며, 이른바 인
력 관리 사장이 되었다는 거지요.

저도 ‘프로 교사’가 되어야 하나요?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하고, 또 설명하
고….. 언제든지 학생을 믿고, 사랑하고, 가능성을 찾고, 대화하고, 상의하
고….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강의였어요.

어쨌든 한가하니까 좋네요. 텔레비전도 보고, 인터넷에 글도 올리고, 책도 보
고….. 백수 나라 만세! 백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