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가 얼마나 슬기로운지….

제 목
대추나무가 얼마나 슬기로운지….
작성일
2000-07-31
작성자

나무 자라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요.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해요. 한 줄기로 올라
가며 곧게 자라는 나무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아무런 고
생없이 크는 사람이지요. 나무 줄기 중간중간에 가지 잘린 흔적이 남아 있는 나
무는 고생하며 자란 사람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인간 사회와도 비슷해요. 밑에서부터 두 갈래로 자란 나무가 있지요. 두 갈래
가 서로 각자 자라면서 서로 쳐다보고 있는 곳은 덜 자랍니다. 그 반대쪽으로만
무성하게 자라지요.. 그래도 합해야 멋있는 나무 한 그루가 됩니다. 그러니까 지
금 그 중 한 줄기를 자르면 안 됩니다….. 처음에 두 갈래로 자라지 않도록 바
로 잡았으면 모를까, 오랜 세월이 흘러 두 갈래로 자라서 그런 식으로 균형을 잡
고 있는데, 한 쪽을 잘라내면 그 나무 전체를 몽땅 못쓰게 됩니다….. 한쪽이
빈 상태에서 새로이 균형을 잡으려면 몇십 년이 지나도 쉽지 않지요. 지금 ‘남북
한 관계’와 비슷해요. 서로 인정해야 합해서 한 그루가 되고, 둘 다 살 수 있지
요…..

나무를 그릴 때 삼각형으로 그리는 것이 대체로 맞아요. 맨 꼭대기 뾰족한 부분
은 올해 자란 곳이라, 가지가 작고 여리고 나뭇잎 색이 제일 순한 곳이지요. 삼
각형 맨 아래 변은 이 나무에서 맨 먼저 나온 가지이니, 가지 중에서 가장 길게
옆으로 뻗어 있어요…… 그게 다 신의 섭리에 따른 겁니다. 삼각형이어야 올
해 나온 가지가 햇볕을 받을 때, 그 밑에 있는 작년 가지도 햇볕을 받고, 제일
아래에 있는 가장 오래된 가지도 햇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역삼각형이라면 아래
에 있는 가지는 위에 있는 가지에 가려 햇볕을 못 받습니다.

어느 식물학자 말로는 나무에 달린 모든 잎사귀가 햇볕을 받는다고 해요. 어느
한 잎이 다른 한 잎을 완벽하게 가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크기도 조금씩 다르고
달려 있는 방향도 조금씩 다르지요. 바람이 불면 잠깐 동안이지만 또 위치가 조
금씩 달라지지요….. 참 신기하지요. 인간 사회에서는 쓸모 없는 사람도 있다
고 보는데, 나무에 달린 잎사귀는 다 쓸모 있는 잎사귀랍니다. 아이들이 나뭇잎
처럼 모두다 제 몫을 하도록 학교에서 교육해야 할 겁니다.

대추나무가 참 슬기로운 나무랍니다. 봄이 되면 처음에는 가지가 위로 쑥쑥 자
랍니다. 그러다 쭉 뻗은 가지가 못 견딜 정도로 크게 자라면 휘청하고 나자빠지
는데, 다른 가지가 없어 허전한 곳으로 나자빠집니다. 말하자면 다른 나무들처
럼 빈 곳을 찾아서 가지를 뻗는 것이 아니라, 가지를 뻗은 다음 빈 곳으로 가지
를 휘어서 빈 곳을 채웁니다. 예를 들어 건물 가까이 있는 대추나무에서 나온 가
지는 건물 반대쪽으로 나자빠지지요. 건물 쪽으로 가지를 뻗어보았자 저만 손해
라는 것을 대추나무가 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것 참… 그리고 그렇게 휜
채로 굳어지고, 거기서 새 가지를 다시 냅니다. 우리 집이 3층인데, 내려다보이
는 대추나무가 모두다 지금 그렇게 휘어 있어요. 참 신기합니다.